정치 정치일반

대북 물류 차단으로 중국·러시아와 외교적 입장 조율 필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08 17:44

수정 2016.03.08 17:44

정부, 독자제재안 발표..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단
선박 제재 강화 조치로 해운 사업성 악화 불가피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관련 금융제재 대상을 확대하고, 해운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독자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관련 금융제재 대상을 확대하고, 해운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독자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8일 발표된 대북 양자제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정부가 처음으로 북한의 개인과 단체를 제재대상으로 지목한 부분이다. 그간 북한이 여러 차례 제재 속에서도 핵 도발을 감행해왔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제재에 대한 북한의 내성을 파괴해 변화를 이끌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주요 돈벌이 수단이 되는 바닷길도 원천 봉쇄했다. 특히 북한에 들른 선박은 국적을 불문하고 한국에 들어올 수 없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북한과 교류한 사실이 있으면 한국 물류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되는 만큼, 이를 의식하는 주변국과의 자연스러운 공조를 통해 전방위적 대북 압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북 물류 차단으로 중국·러시아와 외교적 입장 조율 필수

대북 물류 차단으로 중국·러시아와 외교적 입장 조율 필수

■北 바닷길 막고 자금줄 끊고

2015년 한 해 총 66척의 북한 기항 제3국 선박이 국내 항만에 총 104회 입항했고 주로 철강·잡화 등을 수송한 것으로 파악된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앞서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정부는 이미 북한 선박의 국내 입항 및 영해 통과를 금지했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다른 나라 국적을 빌려 운영하는 '편의치적 선박'을 통해 이 제재를 피해간 점까지 감안, 앞으로는 제재 회피 가능성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군 당국은 북한에 기항했다가 우리 영해로 접근하는 제3국 선박을 차단하는 군사적 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와 관련해 국방부 차원의 조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정부의 대북제재가 공식발표되면 그에 따라 군사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와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제재에 따라 북한에 기항했던 제3국 선박이 우리 영해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작전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가 독자적인 대북 해운 제재를 발표한 뒤 곧바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 및 단체 제재와 관련해서는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뒀다. 실제 핵.미사일 개발에 관여하는 노동당 군수공업부와 제2경제위원회, 제2자연과학원의 핵심인력이 대거 제재대상에 포함됐고, 북한의 WMD 개발자금 조달에 관여하는 노동당 39호실 산하 외화벌이 회사도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제재대상이 된 개인 중에서는 노동당 대남비서와 통일전선부장을 맡고 있는 김영철 전 정찰총국장과 박도춘 전 군수담당비서가 주목할 만하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의 배후로 알려진 인물이어서 제재의 상징성이 크다.

박도춘 역시 유엔 제재 목록에서는 제외됐지만 북한 핵개발의 주역으로 꼽히는 만큼 이번 정부의 독자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외교마찰 가능성 차단 주력

정부는 이번 독자 대북제재를 통해 기존 대북제재 조치를 한층 강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날 정부가 내놓은 제재 방안 가운데 해운제재가 북한에 가장 치명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재대상 가운데 대부분은 중국 국적 선박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향후 중국과 외교적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해운제재는 남.북.러 3국 물류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사실상 중단되는 결과로 연결되는 만큼 러시아와의 입장 조율도 필수적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유연탄 등 러시아 제품을 열차를 이용해 러시아 극동 하산에서 북한 나진항으로 옮긴 뒤 선적, 한국과 중국·일본 등으로 수출하는 사업이다.

당초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협의과정에서 나진항을 통한 러시아산 유연탄 수출만은 예외로 규정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에 이어 한국까지 북한 기항 제3국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사업성 악화 등이 불가피해졌다.


이와 관련, 정부소식통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최근 외교채널을 통해 러시아 측에 우리측 독자 대북제재 계획을 전달했다.

정부는 그동안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우리 민간기업 컨소시엄에 대해 방북 허가나 러시아산 석탄을 실은 제3국 선박의 국내 입항 허가 등의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대북제재 영향으로 이 같은 지원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점을 러시아 측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