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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트럼프의 부상, 미국의 혼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11 18:23

수정 2016.03.11 18:23

[월드리포트] 트럼프의 부상, 미국의 혼란

올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미국은 지금 혼란에 빠져 있다.

혼란이 아니라 분란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분란의 주인공으로 공화당 선두주자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를 꼽는 사람이 많다.

대다수 언론을 비롯, 많은 사람은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될 인품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지지율과 득표율 모두에서 공화당의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 중 대부분은 학력이 비교적 낮은 중하층 백인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자랑스러운 미국인'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 찬 이들은 소수민족 이민자들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자신들을 'silent majority'(조용한 다수)라고 부르는 이들은 미국이라는 위대한 나라가 중국과 멕시코 등지로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것이 자신들의 가난을 부추기며 부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자'(Making America Great Again)라는 트럼프의 선거운동 슬로건, 이민자와 무슬림(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에 대한 트럼프의 막말이 '조용한 다수'와 코드가 맞아떨어지면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트럼프의 '위대한 미국'에서 의미하는 '위대함'은 지성, 겸손, 포용 등 위대함의 내적 기준들과는 거리가 멀다. 백인 우월주의가 약간 섞인 국수주의적 논리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면 그가 겸손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의 표정과 말투, 손짓 등은 거의 오만에 가깝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를 세계 1차대전에서 패한 뒤 가난과 폐허에 지친 독일 국민에게 유대인을 빌미 삼아 국수주의 광풍을 불러일으킨 아돌프 히틀러와 비교한다.

물론 겸손과 포용이 정치인이 갖춰야 할 필수조건은 아니다. 아무리 말과 행동이 오만할지라도 나라를 잘 이끌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은 지금 분란에 빠져 있다. 분란이란 경제적 차이에서 오는 부유층과 빈곤층의 갈등, 흑인사회와 백인사회의 갈등으로 빚어지고 있는 인종차별 문제 등을 의미한다.

지난해 미국 곳곳에서는 흑인 용의자를 수사하거나 검거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총을 발사해 빚어진 인종적 갈등이 쉬지 않고 발생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965명 중 249명이 흑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인구 비중을 감안했을 때 비무장 흑인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할 확률이 백인과 비교하면 6배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흑인 인권단체가 만들어지고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유세장에서 이 단체의 흑인 회원이 트럼프 지지자들과 시비가 붙어 폭행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수는 전체 2472명의 과반인 1237명이다.

현재 확보한 대의원은 461명. 만약 오는 15일 열리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주의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두 곳에서 앞서고 있다) 그의 대의원 확보 수는 626석으로 늘어난다.


공화당의 주류 세력들은 트럼프의 후보 지명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뉴욕 현지에서 느끼는 분위기로 판단했을 때 트럼프의 공화당 경선 승리 가능성은 매우 높다.

미국은 지금 무역이나 외교 문제보다는 국내 정세를 안정시키고 사회적 분란과 양분화 현상을 해소해줄 리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지금까지 트럼프가 보여준 말과 행동을 볼 때 만약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불이 붙고 있는 미국 사회의 분란에 기름을 뿌리는 격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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