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4·13총선 이번에는 꼭 바꿔야한다(상)] "국회 점수요? 주는 것도 아까워요"

김호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13 17:51

수정 2016.03.13 22:16

역대 최악의 '19대' 국회.. 20대 총선 한달전까지 여야 모두 공천싸움뿐
진보·보수 모두 악평 "한번도 투표 빠진적 없어.. 이번엔 투표 안할 생각"
20대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공천 전쟁중이다. 국가와 지역발전에 적임자인 국민의 공복(公僕)을 뽑아야 할 총선이 여야 계파간 공천 다툼의 '장'(場)으로 전락했다. 각 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정책적 비전 제시보다는, 공천 내홍이 격화되면서 '자중지란'에 빠졌다.

총선이 코 앞인데 유권자들은 각 정당의 정책이나 국가비전은 커녕 후보자들을 평가할 구체적인 정보도 없다. 정작 내 지역구에 누가 나오는 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과거처럼 선거직전 유권자 가정으로 배달되는 두꺼운 선거홍보물만이 유일한 평가기준이 되겠지만 이마저도 읽기 벅차다.
사상 유례없는 깜깜이 선거로, 입으로만 민생을 외치면서 국민은 안중에 없는 '그들만의 리그'다. 정치권 스스로 계파정치를 청산하자고 하지만, 각 계파간 사생결단식 공천 전투만이 판을 친다. 파이낸셜뉴스는 3회에 걸쳐 오늘 4·13 총선을 통해 구성되는 20대 국회를 선진정치 원년으로 삼기 위한 혁신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4·13총선 이번에는 꼭 바꿔야한다(상)] "국회 점수요? 주는 것도 아까워요"
19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민생보다는 공천 경쟁 등 계파간 당리당략에 의한 '수 싸움'에만 열중하고 있다. 20대 총선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도 여전히 공천을 둘러싼 사생결단식 혈투만 있다. 좀 더 나은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은 물론 비전, 이를 기준으로 평가를 받아야 할 인물도 온 데 간 데 없다.

유권자들은 도대체 어떤 평가 기준으로 정당과 후보들을 선택할 지 난감한 상황이다.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으로 혹평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야가 19대 국회를 '정치 쇄신'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던 호기롭던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로 끝났다. 패거리 정치는 여전히 유효하고 민생보다는 밥그릇 차지만을 위한 정쟁이 우선이었다. 차라리 인공지능의 알파고 국회의원이 낫다는 자조도 있다. 사람은 바뀌었지만 후진국형 한국정치 시스템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채 20대 국회라는 또 다른 손님맞이를 위해 똬리를 틀고 있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어느때보다 커졌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회는 커녕, 당리당략으로 점철된 정쟁만 일삼으면서 민생은 더욱 팍팍해졌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감은 혐오증 수준을 넘어 '정치 무용론'까지 초래하고 있다.

■"알파고 국회의원이 더 나을 것"…무능국회 엄중 경고

파이낸셜뉴스가 올초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5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 국회 제도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식'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국회 활동에 대해 '잘못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86.2%에 달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이 국회 입법활동에 대해 '잘못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18대 국회에 비해 더 잘했다는 평가는 1.5%에 그쳤다.

19대 국회를 강력히 질타하는 일반 유권자들의 '경고'는 매우 엄중했다.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한 30대 유권자(회사원)는 "19대 국회를 상중하로 평가하자면 '하'에 해당한다"며 "국민들의 일꾼을 자처하면서도 실제로는 당리당략에 따라 정쟁만 일삼고, 보신주의에만 빠져서 점점 힘들어 지는 국민들을 위한 정책 입안 등은 아주 뒷전으로 내팽겨쳤다"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유권자도 정치권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50대 유권자(자영업자)는 '19대 국회를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점수요?"라고 되묻더니 "점수를 주는 것 자체가 아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9대 국회들어 과연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묻고싶다"며 "한심스럽기 그지없다"고 토로했다. 아예 4월 총선에서 기권하겠다는 유권자도 나왔다.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30대 유권자(자영업자)는 "그동안 무슨일이 있더라도 정치개혁에 대한 기대감아래 투표는 국민들의 권리라는 생각에 빼놓지 않고 참가했다"며 "하지만 이번 20대 총선에는 투표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취업준비생인 20대 유권자는 "그동안 (정치인들이)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울 뿐"이라며 "차라리 인공지능의 '알파고 국회의원'이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마지막까지 민생보다는 밥그릇 싸움 우선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최악의 평가는 정치권 스스로가 자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정치권은 20대 총선이 불과 30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도 오로지 공천을 둘러싼 싸움에만 몰두한 채 '그들만의 리그'를 이어가고 있다. 여야는 표심을 얻기 위한 정책이나 인물 대결은 커녕, 공천 싸움에만 매몰돼 있다. '국민들의 일꾼'을 뽑는 국회의원 선거가 정치권 내부의 생존경쟁으로 변질된 셈이다.

이는 선거구획정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여야는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따지며 대립하다 지난 3일에서야 겨우 선거구획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며 대의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선거구획정 지연으로 인해 상당수 유권자는 자신이 어느 지역에 속하고, 어떤 후보가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하는지 모른 채 투표를 해야하는 '웃지못할' 상황을 맞게됐다. 4년을 국회에서 민의를 대변해야할 공복(公僕)을 뽑는데 정책이나 인물 평가는 커녕 결국 집으로 배달되는 두꺼운 선거홍보물에 마지막 선택을 맡겨야 하는 '한국정치만의 코미디'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유권자) 눈높이'에서 후보를 선택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철저하게 공급자(정치권) 위주의 후보공급(공천) 시스템이다. 유권자가 스스로 선택하기보다는, 마지못한 선택을 강요하는 형국이다.

19대 국회의원들의 4년간 의정활동도 '낙제점'에 가깝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의 주관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이 최근 발표한 19대 국회 국회의원의 의정활동평가 결과를 보면, 평균 성적은 66.13점을 기록했다.
60점에 못미치는 의원도 93명에 달했다.

국회모니터링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19대 국회들어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입법활동이 마비된 것은 물론이고, 당이 입법부를 장악한 상황에서 당내 갈등을 입법부까지 가져가 입법부를 장악하고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않은 점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감이 커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당내 갈등이나 이전투구는 정치 자체가 권력투쟁의 장이다보니 정치 본연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들이 세비는 꼬박꼬박 가져가면서 최소한의 일도 하지 않다보니 민의가 완전히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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