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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 AI·IoT·빅데이터 '과감한 투자 필요성' 일깨웠다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15 22:28

수정 2016.03.15 22:28

'최대 수혜자' 한국.. AI 기술 개발 물꼬
AI 사회 변화상 보여줘 우물쭈물하던 국내기업 '투자 확대' 확신 생겨
기술 개발 적극 나서야
구글의 지난해 매출은 745억달러(약 89조원)로 현대자동차(92조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미래 성장가능성을 포함해 매긴 시가총액은 구글이 약 5548억달러(약 658조원)에 육박하는 반면 현대차는 32조원으로 구글의 20분의 1 수준이다. 세계 경기침체로 대형 제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현주소다. 이 때문에 정부와 기업들은 긴박하게 미래 먹거리를 찾아 헤매고 있지만, 성장산업에 대한 확신이 없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한숨만 내쉬고 있는 실정이다.

[AI 열풍] AI·IoT·빅데이터 '과감한 투자 필요성' 일깨웠다

세계 바둑 챔피언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 Go)의 '세기의 대국'은 '대한민국'에 경제체질 개선에 대한 깊은 인식을 심어주는 이벤트로 막을 내렸다. 고민만 깊어가던 한국 경제에 자동차.철강 등 대형 제조업 중심의 경제체질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필요성을 각성시킨 것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관심을 끌어모은 인간과 인공지능(AI) 간 바둑 대결의 최대 수혜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은 바둑 대결이 끝난 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지능정보화 사회, IoT 사회의 변화상을 전 국민과 모든 기업들 앞에 펼쳐보이며 4차 산업혁명의 필요성을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며 "이번 이벤트를 통해 우리 기업들은 신산업에 대한 투자의 절실함을 각성했을 것이고, 한국의 저력은 곧 이를 산업체질 변화라는 성과로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대국이 귀한 각성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구글은 이번 대국을 통해 더욱 막강해진 알파고의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구글 포토'와 유튜브 등 기존 서비스는 물론 자율주행차와 제조공장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물론 전통산업 강자들이 '디지털 전환'에 발 빠르게 나서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 것이다.

■이세돌-알파고 대국, 대한민국을 일깨우다

15일 주요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검색광고 수익을 각종 신사업 분야에 투입하고 있다. 알파고 역시 구글이 지난 15년간 280억달러(약 33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본을 쏟아부은 결과다. 앞서 구글은 2014년 1월 영국 AI 분야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딥마인드(DeepMind)를 4억파운드(약 6800억원)에 인수했으며, 이후에도 젯팩, 다크블루 랩스, 비전 팩토리 등 AI 스타트업을 꾸준히 인수하며 AI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이 성장주도형 투자에 집중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고민만 해왔던 게 사실이다. 구글의 투자방향이 당장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국은 한국 기업들에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최 차관은 "정부나 전문가들이 3년 이상 4차 산업혁명과 신산업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기업들에 확신을 주지 못했지만, 이번 대국은 일주일 만에 기업과 국민들에게 확신을 줬다"고 평가했다.

공병호경영연구소 공병호 소장도 "이번 대국은 전통산업이 곧 허물어질 것이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 소장은 "(이번 대국이) 한국 경제에 주는 메시지는 과거와의 결별이 필요한 부분은 결별하고 허물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 고통의 시기가 도래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리스크를 짊어질 정도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면서 "규제개혁을 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운명은 무척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감하고 장기적 투자 위한 기업문화 절실

구글의 'AI 야망'은 자율주행차와 맞물려 있다. 자동차에 탑재된 센서로 지도 데이터를 분석, 차량 스스로 판단을 내려 주행하는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AI 기술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와 드론(소형무인기), 로봇공학연구로 요약되는 '구글 X프로젝트'를 비롯해 △구글파이버(초고속인터넷망 프로젝트) △칼리코(암, 노화 관련 치료제 개발) △네스트랩스(스마트홈 기기 제작) △버릴리(헬스케어) △사이드워크랩스(스마트도시 프로젝트 등) 등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들 사업의 현재 매출은 미미하지만 전년 대비 40% 가까이 증가하는 등 성장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게 투자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임베디드시스템 SW업체 관계자는 "최근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AI연구소를 설립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의 투자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들이 자율주행차나 관련 SW 개발에 투자를 시작했지만 선진기술을 추격하기에는 역부족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서울대 장병탁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글이 딥마인드의 가치를 알아보고 과감한 투자를 한 것과 같은 기업문화"라고 강조했다.

한 액셀러레이터(창업보육기관) 관계자도 "재벌 2~3세가 주도하는 국내 기업 생태계와 성공한 창업가들이 이끄는 글로벌 ICT 기업은 미래 사업에 대한 접근방식부터 다르다"며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한 지 2년 만에 알파고를 탄생시킨 것처럼 개방형 혁신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SW 인재 적극 유치해야

SW 경쟁력 강화도 우리 기업의 핵심 과제다. 물론 국내 기업들도 최근 SW 인재 양성 및 영입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공계 전문인력들은 이미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15 세계 인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두뇌유출 지수'는 61개국 중 44위다. 즉 고급 기술인력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과학기술대 황주성 교수는 "과거에는 이공계 학생들이 학부는 국내에서 마친 뒤 석박사를 해외에서 유학한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취업을 하거나 연구를 하는 등 기반을 국내에서 잡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서는 학부부터 해외에서 유학을 하고 석박사도 해외에서 한 뒤 취업 등 터전을 국외에서 잡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박지애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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