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재무학회칼럼]

알파고와 정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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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이세돌 간 세기의 바둑대결로 전 세계가 시끄럽다. 물론 세간의 제일 큰 관심사는 인공지능(AI)의 발달이 향후 인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그런데 한국엔 또 다른 특유의 관심사가 있다. 바로 한국의 AI 수준이 세계 각국에 비해서 어느 정도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한국의 AI는 미국 등 선진국의 몇 %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빨리 따라잡기 위해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곤 한다. 그중 항상 등장하는 것이 '정부의 과감한 투자'다. 특정 분야가 낙후돼 있으니 이에 대해 투자할 여력이 있는 정부가 나서서 이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심정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알파고가 미국 정부나 영국 정부의 작품이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알파고는 구글이라는 미국 기업이 자사의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기업 조직을 지주회사로 개편하면서 인수한 딥마인드라는 회사에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개발한 프로젝트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발전은 기술 자체의 발전에서 비롯되기도 했지만, 인간의 본능적인 사적 이윤 동기(private incentive)에 근거한 기술의 상업화 내지 경제적 가치 창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봐야 한다. 알파고 역시 장기적으로 인공지능이 '돈'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구글 경영진의 작품이다.

정부의 과감한 투자는 쉽게 떠오르는 대안일 수 있으나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실패 가능성 역시 높기 때문에 신중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 첫째, 정부가 직접 개발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공공부문은 성공 시 프로젝트 참여자에 대한 개인적인 인센티브 제공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민간부문에서 개발을 주도하고 정부는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자금 지원은 크게 지분에 투자하는 방식과 대출 또는 지급보증 등 여신을 제공하는 방식이 있다. 민간업체 입장에서는 신주발행 또는 부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된다. 먼저 AI같이 성공하면 큰 수익이 가능하지만 실패 확률도 높은 경우에는 여신을 통한 자금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신 제공자 입장에서는 성공하더라도 원금 및 이자만 받게 되는 반면, 실패할 경우 대출 회수가 곤란해지는 위험을 고스란히 안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20여년 전부터 기술금융이 항상 당면 정책과제로 제시돼 왔지만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활성화가 어려운 것이다.

정부가 지분투자를 하는 방식이 남는데, 필요 자금의 100%를 전액 정부가 투자하는 것은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민간업체 입장에서는 정부 투자금은 받기는 어렵지만 일단 받고 나면 사후 모니터링도 약하고 실패해도 손해 볼 일이 없기 때문에 프로젝트 성공보다는 엉뚱한 곳에 자금이 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예전에 해외자원개발에 지원했던 소위 '성공불융자'도 내용상으로는 지분투자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정부 자금지원의 한계는 근본적으로 현대 경제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본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에 기인한다.
누구나 본인(개인) 것은 아끼고 남(회사)의 것은 헤프게 쓰기 마련인데, 공공부문에서는 이 문제가 특히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은, 정부가 일부 지분투자를 하되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민간업체와 벤처캐피털 등 민간 금융부문도 함께 투자함으로써 민간의 성공 인센티브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정부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데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대리인 문제를 최소화하고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약력 △46세 △서울대학교 경제학 △일리노이대학교 재무학 석사·박사 △행시40회 △산업자원부 사무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