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333곳 '슈퍼 주총데이'] 구본준은 '현장서 진두지휘'.. 현정은·이재현은 '회사 위해 용퇴'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18 18:25

수정 2016.03.18 18:42

미래전략 위한 선택
구본준 부회장 '책임경영' LG전자·화학 등기이사에,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
현정은 회장 등기이사 사임 현대상선 회생 위한 결정
CJ 이재현 회장도 모든 등기이사직 내려놔
구본준 부회장, 최신원 회장, 이재현 회장, 현정은 회장, 정의선 부회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구본준 부회장, 최신원 회장, 이재현 회장, 현정은 회장, 정의선 부회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경영 전면에 나서 실적을 책임지겠다." vs. "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자리에서 물러나겠다."

18일 열린 '슈퍼 주주총회 데이'에서 주요 기업의 오너와 최고경영진은 엇갈린 모습이었다. 주총에서 기업들은 대부분 책임경영과 주주친화정책을 최우선으로 다뤘다. 하지만 그룹 총수들이 회사 미래를 위해 결정한 선택은 서로 달랐다.

■최태원 회장.구본준 부회장 경영 최일선 복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SK㈜ 등기이사로 전격 복귀했다.
2014년 3월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2년 만이다. 2대 주주(지분 8.57%)인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주주 과반의 찬성으로 선임 건은 가결됐다.

이에 따라 SK㈜는 불확실한 시기에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오너가 경영에 복귀한 만큼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조대식 사장은 "최근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경영 환경에서 최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추천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SKC 회장은 이날 SK네트웍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최 회장이 SK네트웍스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도 대주주 가족 책임경영을 통해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힘을 보태자는 차원에서다.

LG그룹 신성장사업추진단장 직책을 수행하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은 그룹 핵심 계열사 경영을 책임지게 됐다. 구 부회장은 이날 LG전자와 LG화학의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구 부회장을 통해 그룹과 핵심 계열사 간 '시너지 경영'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기아차와 대한항공, 효성 등 주요 기업에서는 기존 오너가 최고경영진에게 경영을 더 맡기기로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이날 기아차 주총에서 기타비상무이사에 다시 임명됐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이날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효성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석래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 등 사내이사 4명을 재선임했다.

■현정은 회장.이재현 회장 기업 위해 후선으로

반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현대상선은 이날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현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 안건과 주식병합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은 지난 2004년 현대상선 등기이사에 선임된 후 12년 만에 현대상선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현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현대상선이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추진하는 데 이사회가 더 중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CJ주식회사와 CJ제일제당은 이날 진행한 주주총회에서 이재현 회장을 대신해 신현재 CJ주식회사 경영총괄 부사장, 허민회 CJ제일제당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각각 사내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CJ그룹 전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 회장이 CJ그룹 등기이사 자리에서 내려온 것은 22년 만이다. 7개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고 있던 이 회장은 2013년 신장이식 수술로 입원한 후 CJ E&M.CJ오쇼핑.CJ CGV·CJ대한통운.CJ올리브네트웍스의 등기이사에서 순차적으로 사퇴해 왔다.

이 회장이 20여년간 유지해온 등기이사직을 모두 내려놓으면서 CJ그룹의 향후 경영구도는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승계작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경영권을 물려주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재 이 회장의 딸 이경후씨(31)는 남편 정종환씨(36)와 함께 CJ그룹 미주법인에서 일하고 있으며, 아들 이선호씨(26)는 CJ제일제당에서 근무 중이다. 이경후씨와 이선호씨는 최근 각각 부장, 과장으로 승진했다.

■주주권익 제고정책 강화

이날 주총은 '주주 권익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SK㈜와 기아차는 각각 '거버넌스위원회'와 '투명경영위원회'라는 명칭으로 이사회 내 독립적 주주권익 보호 기구를 설치키로 했다.

SK㈜는 이날 주총에 앞서 지난 2월 투명경영과 주주친화경영 차원에서 이사회 산하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키로 한 바 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투자 및 회사의 합병.분할, 재무 관련 사항 등 주요 경영사안을 사전 심의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거버넌스위원회는 사외이사 4명 전원이 참여함으로써 이사회 내 사외이사가 과반수인 현재 상황에서 볼 때 독립적이고 실효성 있는 활동을 하게 될 전망이다.

기아차의 투명경영위원회도 M&A, 주요 자산취득 등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경영사항이나 배당 등과 관련해 이사회에 주주의 권익을 반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위원회는 사외이사 5인 전원으로 구성되며 내부에서 경영을 책임지는 사내이사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역시 이날 주총을 진행한 롯데하이마트는 롯데그룹이 주주친화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그룹 내 상장 계열사 중 처음으로 주주총회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직접 주총장에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주주 권리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지난 2010년 시작됐다.


효성의 경우 주주총회가 끝날 무렵 소액주주라고 밝힌 한 사람이 주총 방식에 대해 이견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질문도 하고 회사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아침부터 왔는데 이런 방식(속전속결)으로 진행하는 주주총회는 바뀌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이날 주총을 진행한 이상운 부회장은 "다음 주총 진행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김성원 최갑천 정상희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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