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中 수출 항공기 절반이상 창고 신세...안전문제로 '항공굴기' 발목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22 13:45

수정 2016.03.22 13:45

중저가 항공기 수출로 세계 항공업계를 제패하겠다는 중국의 야망이 빛을 잃고 있다. 자체 제작해 외국에 판매한 여객기 중 상당수가 안전상의 문제로 운항하지 못하고 창고에 쳐박혀 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05년이후 수출된 중국 MA60기종 57대 중 최소 26대가 현재 격납고에 보관돼 있으며 6대는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된 상태다. WSJ는 "57대의 56%를 차지하는 32대가 운항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면서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된 항공기는 전체 수출 비행기의 11%에 이른다"고 전했다. 신문은 비슷한 사양의 유럽생산 기종인 ATR-72의 경우에는 26년 동안 판매된 835대 중 3%만 수리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하면서 중국산 저가 항공기의 품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MA60은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C)의 자회사 시안항공산업이 만든 첫 중형 민간 항공기다.
시안항공산업은 1999년 Y-7-200A 기종의 성능을 향상해 MA60을 만들었으며 2000년부터 항공기를 인도하기 시작했다.

MA60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2012년 6월 우크라이나에 수출되면서부터다. 사실상 유럽으로의 첫 수출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MA60은 최대 60명까지 탑승할 수 있으며 중국 국내와 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을 저렴하게 운항할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2020년까지 150인승 이상의 장거리 대형항공기도 만들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후 MA60은 거듭 사고를 내며 '날아다니는 문제아'가 됐다. 2013년 6월에는 60명을 태운 미얀마항공 소속 MA60 기종이 미얀마 카우타웅 공항에서 활주로를 벗어나는 사고를 냈으며 같은날 인도네시아 쿠팡에서는 MA60이 비상착륙하는 과정에서 5명이 다쳤다. 당시 미얀마 당국은 브레이크와 조종 장치에 장애가 있던 것으로 파악하고 그해 MA60 기종의 운항을 금지했다.

이어 MA60은 볼리비아, 필리핀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를 냈으며 뉴질랜드는 자국민에게 'MA60 기종은 타지말라'는 경고까지 내렸다. 비슷한 시기 MA60 기종을 수입한 통가 역시 뉴질랜드의 압력에 따라 비행기 운항을 보류했다.

WSJ는 "2002년 우한항공이 운항하던 비행기가 동체 착륙하는 사고 이후 중국 내 MA60 기종의 운항은 2008년까지 중단된 바 있다"면서 "2005년 짐바브웨 수출을 기점으로 다시 재기를 꾀했지만 거듭된 사고로 세계 항공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항공기 제조업을 제패하겠다는 중국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MA60을 수입해 운항했다 사고를 경험한 국가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MA60은 착륙장치 및 브레이크 불량, 잘못된 경로 기록 등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중국 정부가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싼값을 내세워 수출을 강행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항공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인 중국민항총국(CAAC)은 MA60과 관련한 사고가 항공기 결함이 아닌 '파일럿의 잘못 때문'이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WSJ는 "MA60을 포함한 중국 항공기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안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제품들"이라면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진국에는 항공기를 팔지 못하고 있는데 항공 업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면 국제적인 규제를 먼저 만족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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