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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의 소비자경제] 박원순표 청년주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24 17:05

수정 2016.03.24 17:05

[이성구의 소비자경제] 박원순표 청년주택

서울시는 며칠 전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청년들이 외곽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지하철 역세권 고밀도 개발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2030 역세권 청년주택' 정책을 발표했다. 역세권 건축규제를 완화해 민간사업자에게 임대주택을 짓도록 해 청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골자다.

전세난 등으로 '탈서울화'가 지속되면서 서울시 인구는 지난해 월평균 약 8000여명씩 줄어, 이 추세라면 올 3월 말이면 1000만명 이하로 되어 28년 만에 서울시 인구 1000만 시대를 마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나온 긴급처방인 듯하다.

현재 제2.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 있는 역세권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 상향해 용적률을 높이고 심의.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며 취득.재산세 감면 등 재정지원도 한다. 민간사업자는 이러한 혜택을 받는 대신 주거면적을 모두 준공공임대주택으로 채워야 한다. 이 중 일부를 서울시가 매입해 주변 시세의 60∼80%로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20∼39세 청년에게 제공한다.
나머지 임대주택은 민간이 공급하되 주변보다 낮은 시세로 8년(임대료 상승률 연 5% 이하)의 임대의무가 적용된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건축규제 완화는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역세권 개발밀도가 평균 160%로, 상업지역 평균(307%)에 비해 현저히 낮은 점을 감안할 때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 지역에 저소득층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한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정책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주택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띈다. 최근 도심형 생활주택 공급 증가 등으로 소형 임대주택 월세는 오히려 하향 추세인데 임대료 상승률 연 5% 이내라는 규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고, 위치·층수·전망 등에 따라 천차만별인 임대료를 정부가 주변시세를 감안해 규제하겠다는 생각도 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차라리 역세권 임대주택 건축에 대한 용적률 상향적용에 따라 증가된 건축면적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만큼 기여금을 내게 하는 것은 어떤가. 만일 서울시 발표처럼 역세권 규제완화로 20만호의 임대주택이 추가 공급된다면 그 반인 10만호 정도는 개발이익의 산물인데, 역세권이면 주택 하나가 적게 잡아도 3억원이 넘으니 건축비 1억원쯤을 공제해도 1호당 개발이익이 2억원 이상이고 전체로는 20조원이 넘는다. 차라리 그 개발이익으로 서민들과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지원한다면 4만가구가 아니라 10만 가구 이상의 임대료를 거의 무한정하게 지원할 수 있고, 임대주택 사업자들도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청년들이나 서민층들이 2030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줄을 서는 불편도 없게 된다.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로 인한 비용을 줄인 결과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취지나 서울시의 정책수단의 한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택시장에 대한 과도한 정부개입은 오히려 서민들이나 청년들의 주거생활을 불편하게 할 것이다.
우리 청년세대들이 이명박표 보금자리주택, 박근혜표 행복주택에 이어 박원순표 2030주택까지 줄을 서야 하는 것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yisg@fnnews.com 이성구 fn소비자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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