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노조 협력 절실한 현대중공업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24 17:06

수정 2016.03.24 22:44

[데스크 칼럼] 노조 협력 절실한 현대중공업

"수주잔량이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물량절벽이 현실로 다가온다. 모두가 힘을 합쳐 어려운 고비를 극복하고 일등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자."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과 권오갑 사장이 회사 창립 44주년인 23일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임직원에게 보낸 담화문 내용이다. 반성과 함께 비장하면서도 간절한 염원이 A4용지 5장 분량에 고스란히 담겼다.

실제 최 회장이 담화문에서 언급한 '물량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호황기였던 지난 2008년 9월 1443만1000CGT(377척)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8년6개월이 지난 현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수주잔량은 447만6000CGT(97척)로 1000만CGT 줄어들었다. 수주물량이 30% 이상 감소한 셈이다.

이달에 수주한 석유제품선 계약도 현대중공업을 우울하게 한다. 현대중공업은 쿠웨이트 선사인 AMPTC로부터 15만8000DWT급 LR3(Long Range3) 석유제품선 2척을 수주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말 2척의 동형선을 수주하면서 체결한 옵션계약이 행사된 데 따른 것이다.

물량절벽으로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중공업이지만 노조는 최고경영자(CEO)들의 바람과 달리 위기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2일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이런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노조는 노사협의회에서 정년퇴직자에게 1년간 주어지는 호텔과 현대예술관, 한마음회관 등 현대중공업이 운영하는 각종 시설물 이용에 대한 할인혜택을 무기한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할인율은 현대호텔 베이커리 30%, 현대호텔 숙박 60~70%, 현대예술관 식당 30% 등이다. 또 모든 조합원에게 회사가 운영하는 호텔 연 2회 무료 이용권까지 요청했다. 사측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라며 거부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년 4·4분기부터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적자만 4조8000억원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복지만 앞세운다는 것은 전형적 이기주의 행태라는 지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고경영자는 물량절벽을 우려하며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데, 노조는 이기적인 행태만 보인다"며 "우리의 호소가 노조에게는 허공에 떠도는 메아리일 뿐인 거 같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와 달리 치열한 경쟁자이면서 물량절벽에 직면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최근 '회사 살리기'에 발벗고 나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얼마 전 선주사를 상대로 직접 수주활동을 벌였고,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채권단에 쟁의활동 자제와 임금동결 내용을 담은 동의서를 제출했다. 최 회장은 담화문에서 이런 사례를 언급하며 "이런데도 우리는 어떠한가. 일감부족 해소를 위해 전환배치를 실시했지만 노조가 오히려 회사 비난에 앞장섰다"며 안타까워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생존을 위해 과감한 변신을 꾀한다. 호황기에 만든 비효율적인 제도와 노사협상 사항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다.
노조도 호황일 때 누렸던 기득권을 이젠 내려놓고, 회사 생존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하지 않을까.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shin@fnnews.com 신홍범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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