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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방탄복 제안요청서도 변경됐다. 계속되는 의혹

문형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30 14:46

수정 2016.03.30 14:50

지난 23일 감사원 감사결과로 밝혀진 삼양컴텍의 방탄복 납품비리에는 또 다른 의혹이 남아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액체방탄복 조달계획 백지화 이후 군이 제출한 제안 요청서가 모호하게 낮아진 성능요구로 변경된 것이다. 관련업 종사자들은 방탄복 사업에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 누굴위한 제안서 변경인가

육군 전력지원체계사업단이 2012년 1월에 작성한 다목적방탄복 연구개발 사업 제안요청서에는 방탄복(방탄판 제외)의 방호성능 요구도가 곡사화기 파편과 급조폭발물(IED)방호를 고려하고 직격탄 방호 기준도 NIJⅢ-A급을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같은 해 6월에 작성된 제안요청서에는 권총탄 및 파편탄 방호로 모호하게 바꿨다.

방탄판의 방호성능도 '7.62밀리 소총탄을 거리 상관없이 방호하는 NIJⅢ급'에서 '소총탄 방호'라는 애매한 기준으로 변경됐다.

이미 육군은 2011년 10월 국방과학연구소가 철갑(철심)탄까지 방호가 가능한 방탄복을 조달하는 계획을 백지화 한 상태에서 또 제안요청서를 하향조정 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방사청에서 계약업무를 담당했던 예비역 장교는 "굳건하게 철벽을 이루고 있는 기성업체에 밀어주려는 일부 고위 군인들의 관행 때문"이라면서 "기술력 있는 신규사업자가 사업에 참여 할 수 없는 유리벽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관련업 종사자도 "삼양컴텍이라는 견고한 기업에 신규업체가 대항하기 힘들다"면서 "최초 요구성능에는 적포탄 등으로 인해 방탄복에 불이 붙었을 경우 신속해체하는 기능과 불에 타지 않는 난연소재 외피를 명확히 요구했지만 바뀐 요구성능에는 이 내용이 쏙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장병의 안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난연기능이 빠진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 삼양컴텍 유일한 방탄성능 공인 시험기관

국내에서 방탄성능을 시험 할 수 있는 곳은 육군사관학교 화랑대 연구소의 방탄복 실험실과 삼양컴택 두 곳뿐이다.

육사 방탄복 실험실은 현재 군이 운용하고 있는 방탄복과 방탄물자의 방탄성능 실험만 가능하다. 군에 방탄복과 방탄소재를 납품을 희망하는 국내 업체는 삼양컴텍에서 방탄성능 공인시험을 받아야하지만, 삼양컴텍에서 공인시험을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 전문가는 "국가기관이 아닌 사기업이 운영하는 방탄시험장을 동종업계 업체들이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삼양에서 생산되는 물자의 시험평가가 많아 타 업체가 공인시험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험의뢰를 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기술이 삼양컴텍측에 노출될 우려때문에 해외에서 방탄성능 공인시험을 의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육군사관학교 교수였던 C씨는 탄약 54발을 무단 반출해 삼양컴텍에 제공해 방탄복 시험에서 경쟁사보다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심지어 삼양컴텍이 육사 방탄복 실험실에 출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C씨는 삼양컴텍의 주식 등 1억1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전역 후 S사의 연구소장으로 취업했다.


삼양컴텍은 2013년 4월 국내 유일의 방탄 성능 공인시험기관으로 인증을 받았다.

방탄복 사업자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자 군의 고위 관계자는 "삼양컴텍과의 수의계약을 해지하고 특수목적 방탄복의 경우 구매대행 형태로 해외에서 도입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7월 국방기술품질원 산하에 방탄복 성능실험장이 세워졌지만, 국제 공인시설 인증 절차를 기다리고 있어, 방탄복 전력화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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