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 걸음]

"공무원 힘내세요~"

일을 하다 보면 야속하고 서러울 때가 있다. 주변 사람들이 내 진심은 안 알아주고, 해놓은 일의 결과를 삐딱하게만 볼 때 서럽다. 자기들은 그보다 더 잘하지도 못할 거면서 남 일이라고 쉽게 입방아 찧어댈 때 야속하다.

그럴 때 누구 한 사람 나를 이해한다고 다독여주면 울컥 위로가 되고 다시 일 할 힘이 난다.

나도 누군가를 서럽게 만드는 야속한 사람일 때가 많다. 기자생활 통틀어 제일 많이 서럽게 만든 사람이 공무원 아닐까 싶다. 정부부처를 출입하다 보면 공무원들이 몇 달씩 야근하고 맘 고생하며 정책을 완성해가는 어려운 과정이 빤히 보인다. 그런데도 결과물이 나오면 형편없다 싶을 때가 있다. 그러면 가차없다. 서럽게 만들 수밖에….

그래도 나는 평소 공무원들의 자존심은 최대한 살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월급 적은 직업의 대명사인 공무원. 그들이 월급도 적고 늘 욕만 먹는 형편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지지 않고, 신나게 일해야 정부가 제대로 돌아가고 국민들이 혜택을 본다.

그래서 '공무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이라고 존중하며 자존심을 살려줘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의 혜택을 늘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사로 실천하지 못할 때가 더 많았으니 미안하기도 하지만, 생각은 늘 그렇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둘러싼 공방이 5개월째로 넘어가고 있다. 참 지루하고 볼 것 없는 싸움이다. 시정잡배들의 길거리 싸움처럼 논리는 없고 감정싸움만 난무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벌이는 싸움치고 참 볼품없다.

볼품없는 싸움이 길어지다 보니 엉뚱하게 칼 끝이 공무원들로 향하는 듯싶다. 기업들끼리 싸우다 결국 '정부'라고 포장된 이름으로 공무원들을 찔러댄다. M&A 반대쪽에서는 여론이라는 이름을 빌려 미래창조과학부니 공정거래위원회니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부처를 통째로 들었다 놨다 한다.

M&A가 인가되든 불허되든 책임을 공무원들에게 떠넘길 것 같은 좋지 않은 분위기도 보인다. 그 등쌀에 공무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듯하다.

유럽에서 방송통신분야 M&A 심사기간이 길어 산업발전에 장애물이 된다고 볼멘소리를 하며 내놓은 심사기간이 평균 65일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심사는 그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심사기간이 기약없이 길어지는 것만 봐도 공무원들의 고민이 얼마나 깊은지 가늠이 된다.

공무원은 법을 해석해 집행하는 사람이다. 해석의 원칙은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이다.
대다수의 성실한 공무원들은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고민하고 고민을 정책으로 옮기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쑥스러운 말 한마디 해야겠다.

"원칙을 고민하는 성실한 공무원들 힘내세요! 당신들의 고민을 이해합니다."

cafe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