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노재헌씨 등 한국인 195명.. 사상 최대 조세회피처 자료 폭로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04 16:58

수정 2016.04.0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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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각국 정상과 유명인들이 대거 포함된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가 폭로됐다. 폭로된 자료엔 한국인 관련 자료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4일(현지시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중미 파나마의 초대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1977∼2015년 기록을 담은 내부자료를 분석해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모색 폰세카는 '역외비밀 도매상'으로 악명높은 회사다.

ICIJ의 이번 국제 언론사 공동조사 프로젝트에는 영국 BBC와 가디언, 프랑스 르몽드, 호주 ABC, 일본 아사히신문 등 전 세계 100여 개 언론사가 참여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언론 뉴스타파가 포함됐다.

조세회피처 관련 자료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자료에는 각국 정치인과 기업인 등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올라있다.


■ 전·현직 각국 정상 유명인 대거 포함

우선 이번 자료에 연루된 유력 정상으론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이들의 이름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측근 등을 통해 가깝게 연관돼 있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유명 첼리스트 세르게이 롤두긴 등 측근들을 통해 20억 달러(약 2조3천4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비밀리에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페이퍼컴퍼니 간에 비정상적인 돈 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비밀 자금을 빼돌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매형이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2개의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고강도 반(反)부패 캠페인을 벌여온 중국이지만 문건에는 중국공산당중앙정치국의 전현직 의원 최소 8명의 가족이 은닉 자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에는 리펑 전 중국 총리의 딸인 리샤오린 전 중국전력국제 회장이 있었다. 그는 부친의 총리 재직 시절, 남편과 함께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역외 기업을 만들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아버지인 증권 중개인 이언 캐머론도 탈세를 위해 모색 폰세카를 이용했다.

이름이 직접적으로 거론된 12명의 전·현직 세계 지도자 가운데에는 최근 취임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이 있다.

중동 리더들도 다수 포함됐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포함,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전 카타르 국왕, 아야드 알라위 전 이라크 총리, 알리 아부 라게브 전 요르단 총리 등이 있었다.

한편 이번 명단에는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 홍콩 출신 유명 영화배우 청룽(成龍)도 포함됐다.

메시는 지난 2013년 6월 조세 회피 목적으로 파나마에 '메가스타 엔터프라이즈'라는 유령법인을 설립해 현재까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청룽(成龍)은 무려 6개 이상의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재헌씨도 포함

뉴스타파에 따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재헌씨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헌씨가 만든 페이퍼 컴퍼니는 '원 아시아 인터내셔널(One Asia International)', 'GCI 아시아(GCI Asia)', 그리고 '럭스 인터내셔널(Luxes International)' 등 모두 세 개다.

세 회사 모두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지난 2012년 5월 18일 설립됐으며 재헌씨는 이사이자 주주인 동시에 실소유주로 돼 있었다. 1달러 짜리 주식 한 주만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 컴퍼니의 모습이다.

가장 큰 특징은 'GCI 아시아'를 또 다른 페이퍼 컴퍼니인 '럭스 인터내셔널'의 주주로 해 놓는 등 지배 구조를 복잡하게 설계해 놨다는 점이다.

이후 재헌씨는 컴퍼니 설립 이후 1년 만인 지난 2013년 5월 24일 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윈 아시아 인터내셔널'과 'GCI 아시아'는 첸 카이라는 중국인에게 이사직을 넘기며 주식을 양도했고, '럭스 인터내셔널'은 김정환이라는 사람에게 이사직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재헌씨의 페이퍼 컴퍼니는 복잡한 절차를 통해 만들어졌다. 홍콩의 중개 사무소를 통해 컴퍼니 설립에 필요한 서류 작업 등을 하고 이를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의 홍콩 지점으로 보냈다. 준비된 서류는 이곳에서 다시 버진 아일랜드 지점으로 보내졌고, 버진아일랜드 지점은 자사 주소를 재헌씨의 페이퍼 컴퍼니 주소지로 등재했다.

■ 노재헌, 페이퍼 컴퍼니 왜 만들었나?

뉴스타파는 재헌씨의 페이퍼 컴퍼니 설립이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숨기기 위한 목적과 함께 매형인 최태원 SK 회장과 연관이 있는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먼저, 재헌씨가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할 당시 재헌씨의 부인이자 신동방그룹의 신명수 전 회장의 딸인 신정화씨가 홍콩 법원에서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재헌씨의 재산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노 전 대통령의 남은 추징금 납부를 둘러싼 법적 공방과 이혼 소송 때문에 비자금 상속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남아있던 돈을 숨기기 위해 조세도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한 회사를 다른 회사의 주주로 등록하는 등 추적하기에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 역시 은밀한 돈을 감추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뉴스타파는 “재헌씨는 2007년 설립된 IT기업 ‘인크로스’의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이며 최근까지도 주요 주주이자 등기 이사였다"며 "이 회사 매출 대부분이 SK와의 거래 관계에서 발생하는 등 인크로스가 처남 재헌씨를 앞세운 최 회장의 위장 회사가 아니냐는 의혹은 이미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인크로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홍콩에 ‘인크로스 인터내셔널’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한 흔적이 나온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인크로스 인터내셔널의 대표는 재헌씨였고, 홍콩은 재헌씨에게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준 중개 회사가 있는 곳이다.

뉴스타파는 "재헌씨가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시점도 재헌씨가 인크로스 인터내셔널 대표로 재직하던 시기와 겹친다"면서 "만약 재헌씨가 만든 페이퍼 컴퍼니가 인크로스와 연관된 것이라면 최 회장과의 연관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헌씨는 페이퍼 컴퍼니 설립과 관련해 "홍콩에서 지내며 사업 준비 차 1달러 짜리 회사를 몇 개 만들어 뒀는데, 이혼하고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며 "대체 왜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다"는 답변만 남긴 채 더 이상의 자세한 사항은 밝히지 않고 있다.


■ 나머지 한국이름 195명은?

이번 자료에는 주소지를 한국으로 기재한 한국 이름 195명도 포함됐다. 재헌씨는 주소지가 한국이 아니어서 195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나머지 한국 이름 195명은 추후에 차례로 공개될 예정이다.

kjy1184@fnnews.com 김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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