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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된 카카오, 스타트업 투자 위축 우려에 업계 '울상'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04 16:29

수정 2016.04.04 16:29

삼성과 카카오가 동급?
#카카오 자회사 케이벤처그룹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A사는 갑자기 고민이 커졌다. 카카오가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추가 투자를 받을 때 외부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더 이상 받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기술력과 독특한 아이템으로 업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해 여러 곳에서 투자 논의를 벌이고 있지만 카카오의 투자가 외부 투자의 제한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A사는 안타까워하고 있다.
카카오가 벤처기업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스타트업 투자 위축이란 후폭풍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속도가 생명인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어 투자와 시장 개척 등 중요 역할을 해왔던 카카오였지만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인한 규제가 만만치 않아 스타트업들에게 주요 투자처가 감소하고 카카오로선 투자 위축이란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도하면서 모바일 중심 사업을 확장하는 카카오를 몸집이 30배 이상 큰 삼성 등 기존 대기업과 동일한 잣대의 규제로 묶어두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 더이상 자유로운 스타트업 투자 못하나
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부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묶여 계열사간 순환출자 금지를 비롯해 부당지원 금지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특히 대기업집단 계열사는 대규모 기업에 해당돼 VC 투자유치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즉, 카카오 자회사인 케이벤처그룹의 자회사들은 추가 투자를 유치할 때 외부 VC로부터 더 이상 투자를 받을 수 없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제15조에 따르면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들은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에 투자할 수 없고 금융, 보험, 부동산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의 기업에 대한 투자도 할 수 없다.

카카오의 또 다른 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와 같은 창투사들은 투자할 때 계열사가 되지 않는 범위인 30% 미만의 투자로 최대출자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등 투자에 있어 제약이 강화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 특성상 추진력을 가지고 신속하게 투자와 사업 추진이 이뤄져야 하는데 카카오에 대한 규제 강화로 투자받을 스타트업 입장에서 돈줄이 하나 막혔다고 볼 수 있다"며 "카카오 입장을 떠나 스타트업 전체 입장에서 볼 때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사업 추진 차질 우려...대기업 규제의 덫
여러 계열사 인수로 자산규모가 5조1000억원을 기록해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카카오는 향후 투자대상에 있어서도 제약을 받는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게임으로 외형을 넓힌 뒤 포털 다음을 합병한 이후 로엔엔터테인먼트, 모바일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김기사를 개발한 록앤올 등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인수합병으로 4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지만 대기업에 묶여 카카오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진출 제한 등 진출해야할 사업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에 따라 분기별 다양한 온라인·오프라인 연계사업(O2O)을 내놓는다는 카카오의 계획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리운전과 헤어샵 등 신규 O2O 서비스 출시 준비가 이뤄지고 있어 향후 수익화 창출 과정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언제든지 변동될 수 있어 카카오에겐 변수가 추가된 셈"이라며 "스타트업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카카오를 몸집이 30배 이상 큰 삼성 등 대기업과 동일한 규제의 덫을 적용하는 것이 창조경제 정책에 맞는 정책인지 알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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