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나는 대한민국 OOO입니다(32)] "아이 들쳐업고 유모차 메고 계단길.. 외출할때마다 고난의 행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11 18:04

수정 2016.04.11 22:15

설움 받는 '유모차 부대'
유모차 전용 승강기는 50대 아줌마들이 점령
버스 타면 기사들이 눈치.. 심지어 카페 입장도 거부, 외출하기 참 서럽네요
1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6번 출구를 통해 연결된 계단에서 아이 엄마가 유모차를 들고 이동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1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6번 출구를 통해 연결된 계단에서 아이 엄마가 유모차를 들고 이동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등장하는 알파팀 군인들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부대에 속해 있지 말입니다. 우리 부대 이름은 유모차 부대입니다.

■유모차부대 '뺑뺑이' 인생

유모차를 주로 타는 아이는 아직 걷지 못하는 생후 12개월 이전의 영유아들입니다. 즉 유모차를 끌고 있는 우리 부대원들은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산모라고 할 수 있지요. 산후조리는커녕 유모차를 끌고 산책이라도 다니려면 엄청나게 걸어야 해요. 유모차를 끌고 계단을 내려갈 수가 없으니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이 엘리베이터에 타려면 엄청 돌아서 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조금 돌긴 해도 그나마 엘리베이터가 있으면 다행이에요.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합니다.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를 때면 유모차에 아이 무게까지 더해져서 손을 후들거리게 되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서울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베이비페어가 크게 열린다고 해서 삼성역을 갔어요. 코엑스 방향인 6번 출구에 갔는데 주위를 둘러봐도 어디에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쉽게 보이지가 않더군요. 계단에는 많은 동료 부대원들이 유모차를 번쩍번쩍 들고 올라가더라고요.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를 함께 데려온 어떤 부대원은 유모차에 탄 둘째를 들어올리느라 첫째에게 혼자 따라오라고 말하고 있더라고요. 결국 첫째 아이는 엄마가 유모차를 들고 앞장서자 '크앙' 울음이 터져버렸답니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어요.

삼성역 6번 출구 같은 유모차가 많이 다니는 지하철역 출구에는 계단 옆쪽으로 유모차가 다닐 수 있는 램프 같은 것을 조성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간절한데 서울시에서는 이런 '필수' 편의시설보다는 다른 시설이 더 우선순위에 있나 봅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역에 '여성 파우더룸'을 설치해 운영을 시작한다는 기사를 봤거든요. 저도 아이 낳기 전에는 지하철에서 화장 좀 해봤는데요, 파우더룸은 글쎄요. 그냥 지하철 화장실에 서서 거울 보고 화장할 수 있는데요.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말고 꼭 필요한 시설이나 더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백화점에 가면 설움은 더해요. 백화점에는 유모차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그런데 이 전용 엘리베이터의 '전용'이라는 글자가 무색하게 엘리베이터의 주인은 50대 아주머니들이에요. 하지만 유모차 전용 엘리베이터에는 유모차가 우선이에요. 사람이 먼저 탔더라도 유모차가 타려고 하면 먼저 탄 사람이 내려야 하지요. 하지만 이럴 때 내리는 사람은 정말 한 명도 없어요. 제가 아무리 째려봐도 꿈쩍도 안하더라고요. 백화점 직원이라는 사람들도 가만히 있어요. 당연히 유모차가 우선이니 내리라고 안내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요. 어쩌겠어요. 매출을 위해서는 50대 아주머니들이 더 중요할 텐데요. 물론 50대 아주머니들 무릎이 안 좋으신 건 이해하지만 에스컬레이터 타도 무릎에 별 무리 없을 것 같아요.

가장 화가 나는 순간은 따로 있어요. 보도블록 위로 유모차를 끌고 걷다보면 보도블록이 끝나는 지점에 유모차나 휠체어가 다닐 수 있게 턱을 낮춰놓은 부분이 있어요. 그 부분으로 유모차가 다닐 수 있는데 꼭 그 앞에 차량을 주차해 놓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그 차량 때문에 30㎝는 족히 넘어보이는 높은 턱을 유모차로 이동하다보면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이에게 충격이 갈 수도 있어서 걱정돼요. 해당 차주에게 전화해서 차 빼달라고 하면 적반하장인 경우도 많고요. 너무 화가 나서 구청 주차관리과에 물어보니 불법주차 대상이라고 하네요. 4만원의 과태료를 물 수 있대요. 앞으로는 그런 차 있으면 그냥 구청에 신고해 버릴까봐요.

예전에 아이 데리고 대만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유모차 끌고 다니기 얼마나 편하게 돼 있는지, 지하철에서 엘리베이터 이용하는 동선도 짧고 버스기사 아저씨들도 정류장에서 제가 유모차 갖고 타려고 하니 버스를 세우고 내려서 유모차 실어주고 하시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왔는데, 김포공항에 내리자마자 유모차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직원들이 유모차를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참 갑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김포공항에서 버스 타고 집에 올 때는 얼마나 버스기사 아저씨가 눈치를 주는지. 아이 먼저 태우고 유모차 접어서 타려는데 글쎄 먼저 버스가 출발해버리려고 하는 거예요. 주변 승객들이 말렸기에 망정이지 우리 아이 미아 될 뻔했답니다.

■그런데, 아이 낳으라고?

이런 상황이니 누가 애를 낳겠어요. 실제 우리나라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1.3명 미만이래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라네요. 이렇다보니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50년에 35.9%가 된대요.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노인이 되는 거예요. 지난해 우리나라의 노인 비율은 13%로 상위 25% 안에 들지 않았지만 35년 만에 세계 2위의 고령국가가 된다고 하네요. 미국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했어요. 프랑스는 노인 비율이 7%에서 21%로 되는 데 157년이 소요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불과 27년이 걸릴 것이랍니다.


지금 우리 유모차부대한테 '맘충'이니 뭐니 하는 사람들, 35년 후에는 노인이 돼서 내 자식들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살게 될 텐데요. 아이 키우는 것에 칭찬받아 마땅한 상황에서 왜 이렇게 점점 죄인이 돼가는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에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샀는데 유모차를 끌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앉아서 커피 마실 여유조차 거부당했어요. 유모차부대는 커피도 마시면 안 되나요. 우리 국가경쟁력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실제 사람들 인식에서 우리들은 그저 '맘충'에 불과한 걸요. 정부도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출산장려를 위해 이것저것 별 도움도 안 되는 정책을 만드는 것 같은데요 그 정도 지원책으로는 유모차부대에 자원입대 아무도 안하지 말입니다. 파병 중에 총 맞을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는데 자원입대하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요?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