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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세계수산대학에 거는 기대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12 16:51

수정 2016.04.12 21:53

[여의나루] 세계수산대학에 거는 기대

정부는 지난 2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수산대학의 국내 유치 후보도시로 부산시를 선정하고 유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수산대학은 수산분야 국제 전문인력과 지도자를 양성하는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한국 정부가 설립을 제안하고 국내 유치를 추진하는 유엔 산하 국제공인 교육기관이다.

여기서는 개발도상국 인재들에게 수산정책기술 교육을 실시하고 관련 분야 국제 연구를 수행한다. 또한 국제적 명성을 지닌 교수진으로 연간 석·박사과정 100명을 교육하게 되며, 스웨덴 말뫼시에 소재한 국제해사기구(IMO)의 세계해사대학에 이어 해양수산 분야에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기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수산대학 재학생들은 주로 개발도상국의 수산 분야 공무원과 전문가들로서, 졸업 후 각국의 수산 및 연관 산업이나 관련 국제기구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인재들이다.

이와 같이 국제적 고급인력을 국내에서 교육함으로써 해당국 정책을 주도하는 친한국 인사를 배출하는 등 교육을 통한 '안방 공적개발원조(ODA)'를 실현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세계 각국 수산정책 리더들과의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한국이 세계적인 수산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산업 및 전후방 연관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함께 고용창출 효과도 커서 양식 및 원양산업 활성화 등 미래 수산업 발전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최고 권위의 수산대학이 설립되면 한국은 '세계 수산 1번지'가 되고 명실상부한 '수산 한류'의 거점이 될 것이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이후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유일하게 변신한 대한민국이 본격적으로 지식 나눔 사업에 나섰다는 점에 더욱 깊은 뜻이 담겨 있다. 50년 전 수산기술 원조를 받았던 우리가 이제 국제사회에 기술과 경험을 품앗이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해양수산 100년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의미 있는 큰 발걸음을 디딘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세계수산대학 설립은 글로벌 인재 양성과 기술 개발 및 전수를 통해 한국이 수산 분야의 첨단기술과 교육이 이뤄지는 허브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개도국 간 교량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국제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하게 되고, 세계 수산업의 새로운 규범과 규칙 확립을 위한 이론적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국제 수산 질서 형성과정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FAO 수산대학 국내 유치 후보도시가 선정된 만큼, 이제는 한국 유치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유관 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FAO 수산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내년 7월 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때까지 치밀한 대응이 절실하다. 마침 우리의 활발한 노력의 결과 미국, 러시아를 비롯해 중동 및 아시아,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이 지지를 표명하고 있어 더욱 고무적이다.


이제부터 정부, 지자체, 대학, 연구소 및 수산업계 등 모두가 유기적인 협력시스템을 구축해 세계수산대학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나아가 수산 최강국을 향한 내일의 초석을 다지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용이라는 상상 속의 성물을 그린 사람들은 그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마지막 한 획, '점정(點睛)'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리라. 하지만 그 쾌감은 '화룡(畵龍)'하기 위해 그동안 무수히 쌓고 허물기를 반복한 선과 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세계수산대학 설립이라는 빛나는 점정을 위해 더 견고하고 조직적이며 아름다운 화룡을 만들도록 온 힘을 모을 때이다.

김성진 전 한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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