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美 작곡가 손에서 탄생한 국악 '무위자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13 19:28

수정 2016.04.13 19:28

도널드워맥·토머스오즈번 작품
국립국악관현악단 무대 초연
악단 첫 여성 지휘자 이혜경
"동·서양의 특성 잘 버무릴 것"
도널드워맥
도널드워맥

토머스오즈번
토머스오즈번

이혜경
이혜경

미국인 작곡가가 만든 국악 연주곡에선 어떤 소리가 날까. 오는 22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 시리즈 첫번째 무대 '무위자연'에서 그 답을 들을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주제로 하는 이번 연주회에선 국악에 깊은 애정을 가진 미국인 작곡가 두 명의 신작이 초연된다. 그야말로 동서양의 만남이다. 지난 2012년 해외 작곡가와의 협업으로 정기연주회 '리컴포즈'를 선보여 호평받았던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이번엔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미국 출신 작곡가 도널드 워맥과 토머스 오즈번에게 국악관현악 신작을 의뢰했다.

하와이대에서 작곡과 음악이론을 가르치고 있는 워맥은 지난 2008년 가야금 연주자 이지영을 위한 독주곡 '줄타기'를 작곡하며 국악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굿과 제례를 소재로 한 곡을 꾸준히 써왔다.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곡은 2악장으로 구성된 가야금 협주곡 '흩어진 리듬'이다. 인간이 매일 마주하는 하늘을 주제로 산조(기악 독주곡)와 리듬에 관한 작곡가의 철학을 담았다. 1악장에서는 서양의 리듬 패턴과 체계를 강조하고 2악장에서는 산조에서 영감을 받은 국악 리듬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이지영이 가야금 협연자로 나선다.

오즈번은 워맥과 같은 학교의 한국학센터 부교수이자 작곡가로서 오랜 기간 국악기를 연구해왔다. 황진이의 시조에서 영감을 얻어 가야금과 현악 사중주를 위한 곡, 김소월의 시를 바탕으로 연작 가곡을 썼을만큼 한국 음악뿐만 아니라 문학과 역사에도 조예가 깊다. 그가 이번 위촉받아 쓴 신곡 '하루'는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을 '해돋이' '한낮의 소나기' '땅거미' '대보름 축제' 등 총 4악장으로 구성했다. 밥사발 모양의 전통 타악기인 정주를 치거나 가장자리를 문질러 소리를 내는 등 국악기에 담긴 새로운 소리를 발견해 활용한 것이 흥미롭다.

동서양의 만남을 이끌 지휘자는 1995년 국립국악관현악단 창단 이래 최초 여성 지휘자인 이혜경이다. 그는 국악고와 서울대 및 동 대학원에서 거문고를 전공하고,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연주자로 활동하던 중 마흔 살에 폴란드로 건너가 크라쿠프 음악원에서 10년간 지휘를 공부했다. 그는 "치열하게 익힌 서양음악의 지휘법을 토대로, 한국음악의 특성에 맞는 지휘를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워맥과 오즈번의 위촉곡 외에 국내 작곡가의 대표작도 연주한다. 국악 대중화의 힘써온 김영동의 '단군신화'(1982년)와 전통음악의 세계화를 추구하는 임준희의 '어부사시사'(2010년)다.
'단군신화'는 원곡 그대로 연주하고, '어부사시사'는 70분 원작을 20분으로 재구성해 선보인다.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