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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타트업 시대] "비즈니스 모델도 없이 돈만 쫓아 美 오지 마라"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17 17:21

수정 2016.04.17 22:16

이헌수 글로벌혁신센터 실리콘밸리센터장, 한국 스타트업에 쓴소리
모바일 앱 서비스 창업 대부분.. 언어·문화 현지화전략도 부족
[글로벌 스타트업 시대] "비즈니스 모델도 없이 돈만 쫓아 美 오지 마라"

【 새너제이(미국)=김미희 기자】"한국의 창업 생태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기술을 주력으로 하는 '테크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이 애플리케이션(앱) 하나 만드는 아이디어만으로 쉽게 창업에 나서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제는 기술력을 갖춘 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해 '한국판 구글'을 키워내는 생태계 변신이 필요하다."

■"韓 스타트업, 서비스 편식은 우려"

이헌수 글로벌혁신센터(KIC) 실리콘밸리센터장(사진)은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스타트업들은 개발기간과 초기 투자가 필요한 기술로 창업하기 보다는,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형 창업에 집중돼 있다"면서 "(미국에 창업하겠다고 찾아오는 스타트업들도)막연하게 '실리콘밸리 드림'과 앱개발 아이디어만 가지고 와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창업자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CTC(Customer, Talent, Capital)'를 찾아 모여들지만, 한국에서 오는 스타트업들은 마지막 C, 즉 VC만을 보고 실리콘밸리로 찾아오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 정보기술(IT)의 메카 실리콘밸리에는 '얼리어답터'(남보다 먼저 신제품을 써보는 사람) 등 신기술에 민감한 고객과 유능한 개발자, 벤처캐피털(VC)이 집중돼 있다"며 "핵심 기술과 사명감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 스타트업은 현지화 전략은 커녕 비즈니스 모델(BM) 조차 정립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게다가 테크 스타트업을 선별해 지원하는 공공 및 민간 프로그램도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국내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 미국 새너제이에서 운영 중인 KIC 실리콘밸리는 최근 'KIC-Express'를 마련했다. 이는 유망 스타트업을 선발해 KIC 전문 멘토단과 현지 VC의 심사를 통해 초기 보육부터 투자금 유치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헌수 센터장은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가 관련 스타트업과 벤처 육성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왜 해외에서 각광받는 기업이 없을까 곰곰히 생각한 결과 내부적으로 다양한 논의를 거쳐 발견한 각종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것이 KIC-익스프레스"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스타트업은 모바일 앱 서비스 기반의 창업이 대부분이고, 언어나 문화적 장벽은 물론 현지화 전략과 전문성도 매우 부족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또 미국에 와서 창업을 시작하더라도 주류에 진입하지 못하고 늘 변방에 머물러 있다는 데 아쉬움을 전했다.

■미래기술에서 창업아이템 고민해야

이에 KIC 실리콘밸리는 유망 스타트업 발굴 심사 단계부터 전문성을 강화했다. 한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에서 스타트업 추천이 들어오면, 미국 현지 교수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심사단은 실리콘밸리 등 최근 세계 기술동향에 비춰 평가하고, VC로 이뤄진 비즈니스심사단은 기업가정신과 팀워크 등을 집중 살펴본다.


이 센터장은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타트업의 기술만큼 창업자의 사명감을 매우 중요시 한다"며 "VC들이 투자심사를 할 때 자주 던지는 공통 질문이 '당신보다 경영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회사를 맡길 수 있는가'이다"라고 전했다. 이 질문에 대해 창업가가 되고 싶어 창업을 한 사람과 본인이 인류나 사회가 직면한 이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택한 사람은 극과 극의 대답을 내놓게 된다는 것이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등 미래 신기술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을 고민하는 테크 스타트업이 많이 발굴되고 육성됐을 때, 한국판 구글이나 스페이스 엑스 등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해 알파고를 만든 것처럼, 우리 대기업들도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할 때 당장의 이익이 아닌 미래 혁신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관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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