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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타트업 시대] 美는 기술만 있어도 밀어주는데 韓은 '테크 스타트업' 외면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17 17:21

수정 2016.04.17 22:20

글로벌 스타트업 시대.. 한국도 창업 생태계를 바꿔라개발자 중심 문화 시급실리콘밸리 생태계 움직이는 건 인재·기업가정신·자본한국 창업은 투자에만 집중.. 기술 아닌 서비스분야 쏠림 심각벤처캐피털도 인식 바꿔야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에서도 기술책임자와 CEO 충돌 많아서비스 중심 사업에만 투자.. 상용화 못화는 아이디어 수두룩
[글로벌 스타트업 시대] 美는 기술만 있어도 밀어주는데 韓은 '테크 스타트업' 외면

[글로벌 스타트업 시대] 美는 기술만 있어도 밀어주는데 韓은 '테크 스타트업' 외면

'본 글로벌(born-global, 창업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의 이목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집중되고 있다. 창조경제 4년차로 접어들면서 국내 창업 생태계가 양적으로 팽창한데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대중화 속에 자라난 우리나라의 '밀레니얼(1980년 이후에 출생)세대'들이 해외 무대 도전에 나선 것.

실제 '정보기술(IT)의 메카'이자 스타트업의 산실인 실리콘밸리는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유능한 기술자와 협력할 수 있고, 풍부한 자본력을 갖춘 벤처캐피털(VC)의 직설적 피드백 등을 바탕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즉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인 셈이다.

이에 국내 창업 관련 전문가들은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 미래 기술을 중심으로 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해 해외로 진출시켜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에서 참신한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개발하는 서비스 스타트업을 넘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를 비롯한 ICBM 분야 핵심 역량을 갖춘 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해 해외시장에 내놓는 것으로 국내 창업 생태계의 질적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개발자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VC등 투자자나 민간창업지원기관에 기술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게 한계로 꼽히고 있다.


■개발자 중심 문화 마련 시급

17일 주요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시가총액 10대 기업은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20여년 간 창업에 성공한 미국 기업들 대부분이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됐으며, 2014년 1월 구글에 32억달러(약 3조 7000억원)에 매각된 네스트와 같은 해 2월 페이스북에 190억달러(약 20조원)에 인수된 왓츠앱 역시 실리콘밸리 기업이다.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를 움직이는 메커니즘은 뛰어난 인재와 기업가 정신, 풍부한 자본,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로 꼽힌다. 특히 개발자 중심의 기업문화가 핵심 동력이라는 게 실리콘밸리 성공 창업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김창원 타파스미디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창업 생태계를 얘기할 때 상당 부분이 투자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 부분이 매우 안타깝다"며 "물론 투자와 창업 환경 조성도 중요하지만, 뛰어난 개발자들이 얼마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5년 세운 태터앤컴퍼니를 구글에 매각한 후, 약 2년 여간 구글 본사에서 근무한 김 대표는 "미국에서는 모든 것이 엔지니어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프로젝트 매니저는 해당 엔지니어를 설득하기 위해 데이터를 찾아야 한다"며 "이러한 개발자 중심 문화 덕분에 실리콘밸 리가 기술로 세상을 먹어치울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VC들도 기술 전문가 확보해야

반면 국내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에서도 기술 분야 직원은 존중받지 못한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일수록 창업자를 겸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 간 의견 충돌이나 갈등이 심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우수한 아이디어나 원천 기술이 있어도 이를 비즈니스모델(BM)로 연결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출신 테크 스타트업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의 기술을 알아보고 투자 및 육성할 만한 VC나 기관이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됐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대기업 연구직을 중심으로 본인들의 아이디어가 모두 상용화될 수 없다는 점에 한계를 느껴 창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그러나 정작 VC 내부에는 이들의 기술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부족해 원석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는 넷스케이프의 공동 개발자인 마크 앤드리센이 VC를 세운 것처럼 CTO급 기술인재들이 VC 내 대거 포진돼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류 대표는 "국내 VC들은 대부분 재무 쪽 경력이 길기 때문에 초기 R&D의 중요성이나 원천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다"며 "그렇기 때문에 O2O(온라인 오프라인 연계) 나 전자상거래 업체들처럼 시장점유율 등 당장 눈에 띄는 지표가 있는 서비스 중심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게 되고 테크 스타트업은 투자의 기회조차 얻지 못해 시장에서 빛을 볼 수 없는 사례가 잇따르는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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