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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타트업 시대] 투자금 회수에만 집착 말고 성장 가능성 보고 투자하라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17 17:21

수정 2016.04.17 22:16

벤처캐피털·엔젤투자자, 스타트업 동반자 되려면
[글로벌 스타트업 시대] 투자금 회수에만 집착 말고 성장 가능성 보고 투자하라

미국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최대 동력은 풍부한 자본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만큼 많은 엔젤투자자와 벤처캐피털(VC)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엔젤투자자는 창업가의 사명감 등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를 결정, 최종 기업공개(IPO)까지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다. 이들이 본격적인 투자 조정기를 맞아 미래형 기술 중심의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는게 실리콘밸리 현지 상황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전체 창업 생태계에서 엔젤투자자의 역할이 미미하다. VC 역시 당장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더 관심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투자 조정기에 국내 투자자들은 당장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에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17일 미국 '내셔널 벤처캐피털 연합(NVCA)'에 따르면 올 1.4분기 현지 스타트업 투자규모는 121억 달러(약 13조8900억원)에 이른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 창업투자가 과열기를 지나 조정기에 접어들면서 '선택과 집중'의 투자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호찬 KTB투자증권 미주법인 대표는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과열기가 조정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오히려 스타트업들은 작은 규모의 자금으로 수익 모델을 발굴하고 증명하면서 경쟁력을 입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거품이 빠지면서 VC들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2013년 본격적으로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 욕망을 불태우며 대형펀딩이 집중됐다"며 "이제 조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그동안 투자했던 스타트업과 같이 성장하는 데 다시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최근 막 벤처 투자 분위기가 무르익은 국내 창업 생태계에도 시사점을 준다. 미국 VC가 성장 가능성 등 미래에 투자하는 반면 아직 우리나라는 이익 중심의 투자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한국은 기업공개(IPO) 등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집중돼 있다"며 "실리콘밸리에서는 같이 성장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오히려 회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B급 투자자 취급을 받는다"고 전했다.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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