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공작기계업체 페어프렌드그룹 지미 추(朱志洋) 회장 "한국 공작기계업체, 세계화 나서야"

전세계에 35개 브랜드 54개 생산기지 갖춰
올 유럽서 11곳 인수 앞둬 "두산인프라 공작기계.. 인수 실패했지만 더 큰 기회 있을거라 생각"
"외국업체 무조건 배척해선 국제적으로 성장 힘들어"

대만의 공작기계업체인 페어프렌드그룹(FFG)의 지미 추 회장이 그동안 M&A로 인수했던 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85개 업체를 운영 중인 추 회장은 '글로벌 인수합병의 귀재'로 불린다. 사진=김범석 기자
"한국의 공작기계업체들은 주로 국내 위주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제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대만의 공작기계업체인 지미 추 페어프렌드그룹(FFG) 회장은 지난 15일 "현재 한국에서 공작기계를 생산하고 있는 FFG그룹 뿐 아니라 일본의 모리세키, 마작 등은 이미 중국 등 해외에서 생산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며 '공작기계업체 세계화론'을 펼쳤다.

FFG가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연말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 매각 입찰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국내에는 낯선 이름이지만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공작기계그룹으로, 전세계에 35개 브랜드와 54개의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다.

추 회장은 최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공작기계 전시회인 'SIMTOS 2016'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SIMTOS 참석 뿐 아니라 한국에서 또 다른 사업 기회를 눈여겨 보고 있다"며 "앞서 14일에는 국내 항공기 부품생산업체 두 곳을 만났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방문 당시 부품업체 중 한 곳에서는 마침 FFG의 잡스(JOBS) 기계 2대를 설치하고 있어 더욱 반가웠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글로벌 인수합병의 귀재'로 불린다. 운영 중인 업체만 해도 한국을 포함해 미국,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일본, 대만, 헝가리, 인도, 중국 등 85곳에 달한다.

그는 이 별명에 대해 "1989년 대만에서 6개월만에 10개 회사를 인수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미국의 비즈니스위크에서 '대만 M&A의 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이 시작이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과 4년전만 해도 그룹 내 유럽업체는 한 곳도 없었는데 지금은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헝가리 등에 20개에 육박하는 업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스위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11곳 인수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유럽 내 총 30개 업체를 운영하게 될 전망이다.

추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입찰에 참여한 것 뿐만 아니라 국내업체도 인수한 바 있다. 과거 법정관리 후 청산과정을 밟던 DMC와 워크아웃 중이던 DSK를 M&A를 통해 인수했다.

그는 실제 한국을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 현재 그의 아들인 데이비드 추 FFG DMC 대표이사는 국내에 상주하며 사업을 일구고 있다.

유럽이나 중국시장 규모가 훨씬 큼에도 한국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아들 뿐 아니라 사실 모든 가족이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주요 시장이며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추 회장은 지난 연말 두산인프라코어 입찰에 나섰던 것을 언급하며 "운이 없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여전히 우리에게 더 큰 기회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함께 입찰에 참여했던 사모펀드는 단기 투자회사로, 몇년 안에 팔아버릴 것이고 유지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의 사업이 쉽지만은 않은 이유도 꺼내 놓았다. 추 회장은 "M&A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외국업체들은 배척하고 자국업체만 선호하는데, 이는 바뀌어야 한다"며 "국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외국업체들도 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정부지원이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것 또한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이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대기업 위주로만 지원이 이뤄진다면 1998년 금융위기 때처럼 경기침체때 경제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 회장은 "대만이나 유럽의 경우 중소.중견업체가 많고, 성장을 위한 지원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도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중견업체 지원도 잘 이뤄져 균형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