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韓-日 정반대 경기대응..이유는?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19 16:52

수정 2016.04.19 16:52

"처음부터 목적이 달랐다. 일본은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수출'을 늘리려고 했다. 한국은 '내수'를 부양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처방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의 경기대응 방식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1.50%로 동결한 후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한국판 양적완화와 관련 "한국은행이 나설 상황이 되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엔화 강세가 물가안정을 위협한다면 추가로 부양정책을 단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양국의 경기대응이 이같이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에 대해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은행의 경기대응이 틀리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일본이 추가 부양책을 꺼내는 것은 수출 때문이다. 당장 내수부양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우리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쓸 경우 자본유출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자국의 수출을 돕는 것이 목적이었던 데 반해 우리의 경제정책은 애초부터 내수를 부양하기 위함이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내수를 부양하려면 소비와 투자가 필요한데, 우리의 돈줄은 수출이다. 현재 가계와 국가부채가 높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엔화가 기축통화에 포함되는 화폐인데 비해 원화는 국제적인 통화가 아닌 탓에 자본시장 등에서 외국계 자본이 대거 이탈할 경우 이를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묘연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교수는 "신뢰도가 높은 일본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쓴다고 해도 자본유출 우려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우리는 외환위기를 걱정해야 할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엔화는 준기축통화여서 이자를 주지 않아도 거래가 원활한 안전통화라는 장점이 있어 일본 정부는 이런 구조를 활용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여서 한국은 기축통화국의 눈치를 보는 방어적 통화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일본의 경우 통화량의 축소에 의해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디플레이션' 국면에 놓여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아직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2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7%로, 일본은 0.5%로 전망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은 장기저성장 불황이 20년 이상 지속되고 그 과정에서 지속적인 금리인하로 결국 마이너스(-) 금리까지 간 상황"이라며 "우리는 우선 디플레이션이 오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만약 잠재성장률보다 실제성장률이 낮을 경우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이 추가 부양정책을 시사한 것은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아베노믹스' 시작 이후 2013년부터 2년 동안 2% 물가상승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는데, 2014년 말 IMF가 발표한 일본 물가상승률은 0.5% 수준이었다"며 "추가부양책은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시그널"이라고 풀이했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이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본 상황을 보면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도 그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당장 우리도 2014년부터 4차례 금리를 인하했지만 성장률은 계속 하향조정되고 여전히 저성장저물가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우리 경제가 최근까지도 부채에 의존한 성장전략을 써왔는데 미국 금리인상으로 한국 금리가 오르면 가계·기업의 부실과 내수위축이 우려되고 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금리를 동결하면서 가계부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한국의 경우 통화정책에 기댈 것이 아니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민 교수는 "한국의 경우 아직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만큼 극약처방을 내릴 필요는 없다"며 "통화정책은 결과적으로 물가상승만을 야기할 것이다.
결국 기업의 경쟁력, 경제 기초체력을 키워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장민권 윤정남 김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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