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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칼럼] 중국 '판다쇼핑'의 현주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19 17:04

수정 2016.10.19 13:42

[한미재무학회칼럼] 중국 '판다쇼핑'의 현주소

중국의 거대 자본이 전 세계를 휘젓고 다닌다. 최근 대박 난 한류드라마 '태양의 후예' 제작에 중국 자본이 참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수년간 중국 유커들이 해외시장에서 유명 브랜드를 싹슬이 쇼핑한 데 이어 중국 자본이 해외 우량기업을 현금으로 쇼핑하듯이 사들이면서 '판다쇼핑'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중국은 성장이 둔화하고 증시에서 안정된 수익률 확보가 불확실해지자 해외기업 쇼핑에 나선 것이다.

사실 '판다쇼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외국자본의 최대 수혜국이었던 중국은 지난 십여년간 거의 매년 해외투자를 늘려왔다.
지난해는 1067억달러 투자로 전년비 약 75% 증가했으며 올해는 1·4분기에 이미 923억달러를 투자해 최고투자액 경신이 확실시된다. 이는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건별로는 지난 2월 켐차이나가 스위스 다국적영농기업 신젠타를 441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역대 최고금액이다. 한국에서는 안방보험이 지난해 동양생명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해 국내 보험업계 5위로 올라섰다. 이러한 추세는 중국이 상품수출국에서 자본수출국으로 변모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자본의 해외진출은 농업, 식품 및 에너지 부문에 치중하며 시작했지만 최근엔 부동산처럼 비교적 안전한 자산투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하이테크기업들의 선진기술과 전문경영인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표면적으로는 내수시장의 부족한 자원을 채우려는 전략적인 측면도 있으나, 인수경쟁에서의 잡음과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역풍으로 인한 인수기업의 부실경영 등의 문제점 또한 나타나고 있다.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이미 미국의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과 스트래티직호텔을 인수한 안방보험은 지난 1년간 미국 스타우드호텔 인수를 놓고 메리어트호텔과 인수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최근 메리어트호텔보다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고도 경쟁에서 밀려 철회했는데 그 배경에는 불투명한 인수목적, 구체적인 자금조달계획 부재, 복잡하고 불투명한 지배구조, 규제위반에 따른 인수 여부의 불확실성 등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중국국영석유공사(CNOOC)는 지난 2012년 캐나다 석유회사인 넥센을 152억달러에 인수했으나 지난 몇 년간의 경영에서 많은 문제를 노출했다. 저조한 생산실적, 송유관 파열로 인한 대형기름유출사고, 종업원 해고와 채용을 둘러싼 캐나다 당국과의 끊임없는 정치적 마찰, 상충된 문화적 충돌 등으로 인해 시너지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또 그간의 대규모 해고에도 불구하고 비용절감 효과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 약 50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판다쇼핑'이 인수한 타 기업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는 1990년대 중후반에 걸쳐 해외기업들을 인수한 일본의 '사무라이쇼핑' 후 나타난 문제점들과 유사하다. '판다쇼핑'은 필요자금을 제공하고 중국시장 진출의 장점이 있는 반면, 인수기업의 기술이전 등 위험이 따른다. 무엇보다 기대했던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없다면 이는 실속 없는 쇼핑일 뿐이다.
인수기업이 독과점 규제, 고용유지 등의 정치적 이슈, 과다 인수 프리미엄 지불에 따른 부채부담 등의 경제적 위험, 문화적 차이로 인한 경영불화 등을 어떻게 극복해 현지시장에서 잘 융합하느냐가 인수합병(M&A)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것이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와 중국의 완만한 성장 속에서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시장에 대한 '판다쇼핑'은 계속되겠지만, 쇼핑이 끝난 후 기대했던 시너지 창출 여부가 쇼핑의 성패를 결정짓는 주요 잣대가 될 것이다.
'판다쇼핑'은 여타 쇼핑과는 달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제 값에 다시 반환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배성철 美 볼링그린주립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약력 △61세 △고려대학교 경영학 △미시간주립대 경영학 석사 △플로리다대학교 재무학 박사 △자본시장연구원 초빙연구원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초빙교수 △볼링그린주립대 석좌교수 △볼링그린주립대 재무학과 학과장 및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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