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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결국 '로또'된 서울 강남.서초구 보금자리주택지구 아파트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25 18:26

수정 2016.04.25 18:26

"전매제한 풀리자 두배도 더 올랐어요"
당초 시세 50~80% 공급.. 특혜 공급 논란 결국 현실
"인근 수서고속철도 개통 호재겹쳐 매물도 안나와"
오는 6월 전매제한이 풀리는 서초구 내곡동 '서초 포레스타 2단지' 전경.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의 경우 초기 분양가가 4억4000만~4억6000만원 정도였지만 최근 9억원까지 올랐다.
오는 6월 전매제한이 풀리는 서초구 내곡동 '서초 포레스타 2단지' 전경.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의 경우 초기 분양가가 4억4000만~4억6000만원 정도였지만 최근 9억원까지 올랐다.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된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이 수억원의 웃돈이 붙으며 '로또 아파트'가 됐다.

25일 파이낸셜뉴스가 찾은 강남.서초구의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아파트들은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1~2년 새 최대 2배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보금자리주택은 서민주거안정을 목적으로 2008년 도입된 임대.분양아파트로 주변 시세의 50~80% 정도로 공급돼 '반값 아파트'로 불렸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만큼 가격 폭등 우려도 제기돼, 정부는 4~8년간 전매를 금지시켰다.
그러나 전매제한 기간이 단축되면서 지난해부터 강남구와 서초구 등 강남권 주요 보금자리아파트의 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강남 보금자리 가격 2배로 껑충 "추가 상승 기대감에 매물도 없어"

보금자리주택 중 가장 거래가 활발한 '서초 더샵포레' 전용 84㎡의 경우 4억4000만~4억6000만원에서 최근 6억8000만~7억2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오는 6월에 전매제한이 풀리는 서초구 내곡동의 '서초 포레스타 2단지' 전용 84㎡도 초기 분양가가 4억4000만~6000만원 정도였지만 현재 예상시세는 9억원까지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초구 신원동의 '서초 포레스타 5단지'는 지난 2월 8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4억2000만~4억4000만원이었던 초기 분양가에 비해서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서초구 신원동 B공인중개사무소 김모 대표는 "내곡지구 보금자리아파트의 전매제한이 상당수 풀렸지만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로 매물이 거의 안 나온다"며 "값이 2배 가까이 뛰었지만 여전히 강남권 다른 아파트에 비해 싸서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보금자리주택도 상황은 비슷하다.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한 '래미안 포레' 전용면적 59㎡의 시세는 7억6000만원 내외다. 2억9000만~3억3000만원이었던 초기 분양가보다 4억원 이상 가격이 뛰었다.

자곡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역에서 보금자리 주택은 '로또'라고 불린다"며 "KTX수서역 등 지역호재도 몰리면서 가격 상승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KTX수서역은 오는 6월 개통되며 탄천을 사이에 두고 있는 문정동에는 법조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가격은 올라도 인프라는 제자리

그러나 인프라 구축은 가격 상승을 따라잡지 못했다. 강남구 자곡동과 세곡동을 구분하는 도로에는 버스 등의 차들이 많지 않았고 아파트 공사도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의 편의시설은 물론 지하철역도 없는 상태다.

내곡동 G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까지 2단지에서 15분 정도 걸어야 한다"며 "지역에 작은 상가 건물만 몇 개 있을 뿐, 주민들이 이용할 편의시설은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자녀와 함께 횡단보도를 지나던 오모씨(37)는 "살고 있는 래미안 포레 가구 수가 2000가구를 넘어 학교는 단지 바로 앞에 생겼지만 인프라는 너무 느리게 갖춰진다"며 "버스 타기도 힘들고 그 흔한 마트를 가려고 해도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런 불만이 20대 총선에도 반영됐다고 전했다. 세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가 형성된 이후 줄곧 이 동네에서 살아 온 유민철씨(24)도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불편한 게 나아지지 않았다"며 "그나마 우리 이야기를 잘 들어줄 것 같은 2번(더불어민주당)에 투표했다"고 털어놨다.


새누리당의 텃밭이라고 불린 강남에서 더민주 전현희 후보가 당선된 것도 옛 보금자리주택지구 주민들의 몰표가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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