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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창업의 요람, 도시첨단산업단지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26 16:56

수정 2016.04.26 16:56

[차관칼럼] 창업의 요람, 도시첨단산업단지

'드론계의 애플' DJI가 지난달 홍대 근처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DJI의 첫 번째 해외매장이다. 지난해 매출 10억달러를 넘어선 DJI는 세계 상업용 드론시장의 70%를 점유하는 기업으로, 샤오미나 알리바바도 못해낸 세계 1위의 꿈을 중국 최초로 이루어냈다. 중국 제품이 우리와는 몇 년간의 기술격차가 있다거나 '싸구려'라는 생각은 이제 편견에 불과하다. 샤오미가 만든 스마트폰, 공기청정기, 세그웨이 등 첨단제품들은 이미 세계시장을 주도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국의 첨단기업들이 언급될 때마다 함께 소개되는 지역들이 있다.
중국 최대 창업밸리 '베이징 중관촌'과 하드웨어판 실리콘밸리 '선전공업지구'다. DJI 본사가 위치한 선전에는 기계와 전자회로 설계를 아웃소싱할 수 있는 수백개의 디자인하우스가 있고, 저렴한 가격에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소규모 공장도 많다. 80곳에 달하는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지원기관)도 있어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들이 투자를 받기도 쉽다. 2008년 젊은 대학생이던 DJI 최고경영자(CEO) 왕타오가 드론업계 세계 최초 억만장자의 신화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창조생태계 덕분이었다.

중국의 사례는 우리나라 산업단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량생산과 효율성을 지향한 과거의 산업단지는 1960년대 가발, 신발 등 경공업부터 최근의 기계, 조선과 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에 이르기까지 수출의 거점으로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창의적 아이디어와 첨단기술의 결합 등 다양한 기능의 조합과 개방적 협력이 핵심이 되는 생태계 중심의 산업구조에서는 산업입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요구된다.

판교 창조경제밸리와 전국 12곳의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이런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시도다. 스타트업들은 시세의 20~80%인 임대료만 내면 입주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도 입주해 스타트업의 성장과 해외진출을 돕는다. 대학들의 융·복합 강좌가 매일 열리고, 테스트베드 공간과 시제품 제작 공간이 마련된다. 청년 창업가들은 성공한 벤처 선배들의 조언을 들으며 새 아이템을 구상하고, 열린 실험실(Open lab)에서 자신만의 신제품을 쉽게 만들 수 있다. 한 공간에서 엔젤투자자와 만나고 해외 바이어와 수출계약을 할 수도 있다. 문화예술 공연과 첨단 신제품 쇼케이스(공개행사)를 보면서 창조적 영감도 얻게 된다.

정부는 창조경제 생태계형 개발모델을 지역별 전략산업의 거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12개 도시첨단산업단지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에너지산업 육성거점인 광주 도시첨단산업단지에는 앵커기업으로 LS산전이 입주해 선배기업 역할을 맡고, 한국전기연구원 분원이 입주해 교육·연구 기능을 하게 된다.


이처럼 도시첨단산업단지에 마련될 창조경제형 입지와 규제프리존을 통한 규제완화, 재정지원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 민간투자가 촉진되고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정부는 도시첨단산업단지가 스마트시티, 자율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 창조경제형 산업의 새로운 성장거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갈 많은 창업신화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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