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직장인 1000명 중 74명 우울증 진단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02 16:46

수정 2016.05.02 22:24

10명중 7명은 "병가안써" 사회적 편견이 주요 원인
우리나라 직장인의 7%정도가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이들 10명 중 7명은 치료를 위한 병가 없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와 해운대백병원 김영훈 교수팀은 18세 이상, 64세 이하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4명이 우울증을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지난 2011년 보건당국의 정신건강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우리나라 국민의 우울증 평생 유병률과 같은 수치다.

우울증 진단을 받은 직장인 가운데 병가를 신청한 직장인은 31%(23명)에 불과했고 병가기간은 평균 9.8일에 그쳤다. 이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7개국의 병가신청률(51%)및 병가일수(35.9일)에 크게 낮은 수준이다.

특히 우울증 진단으로 병가를 낼 때 신청사유를 우울증으로 적는 경우도 34%(8명)에 불과했다.
특히 우울증으로 적지 않는이유로는 '직장생활이 어려울 것 같아서'(복수응답 기준 75%)와 '말을 하더라도 나를 이해해줄 것 같지 않아서'(63%), '개인적인 이유라서 비밀로 하고 싶어서'(75%) 등으로 우울증에 대한 사회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영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직장 동료가 우울증이 있다고 인지했을 때 어떻게 행동했는지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 212명 가운데 '우울증에 대한 대화를 회피하겠다'는 답이 30.2%(65명)으로 가장 많았다. '도움을 제안하겠다'는 답이 28.8%로 그 뒤를 이었지만, '어떻게 할 줄 모르겠다' 역시 28.8%로 같은 비율을 보였다.

해운대백병원 김영훈 교수는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직장인의 경우 의욕 저하, 집중력 저하, 피로감 등으로 인해 단순한 업무 처리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직장 내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머뭇거리거나 실수할 가능성도 커져 결과적으로는 회사는 물론 나아가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 우울증을 진단을 받고도 계속 일을 하는 직장인 중 상당수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심각한 인지기능의 장애를 보였다. 이 중 57.4%가 집중력 저하, 27.8%는 계획성 있는 업무 불가, 25.9%는 의사결정능력 장애, 그리고 13%는 건망증 증상을 보였다.


삼성서울병원 홍진표 교수는 "무엇보다 우울증으로 진단받고 직무수행이 힘들면 눈치 보지 않고 병가를 내거나 결근을 할 수 있는 직장 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회사에서는 우울증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우울증 치료와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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