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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로스쿨 전수 실태조사 하긴 했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02 17:41

수정 2016.05.02 17:41

이름·대학 익명으로 공개.. 사시 존치 갈등 해소 못해
교육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전국 25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전수조사한 입학 실태분석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로스쿨 입학 단계에서 현직 지방법원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 부모.친인척의 신상을 드러낸 사례가 24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당 로스쿨 교수의 자녀가 입학한 경우도 10건, 같은 대학 다른 전공교수나 교직원 자녀가 입학한 사례 역시 27건이나 됐다. 이른바 '현대판 음서제'란 세간의 속설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교육부는 '아버지가 ○○시장' '○○지방법원장' '법무법인 ○○ 대표' 등 부모나 친인척을 비교적 쉽게 추정 또는 특정할 수 있는 사례는 5건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원자는 물론 대학까지 'A'와 'B' 등 익명을 사용해 공개했다.
이 때문인지 교육부의 조치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합격 취소나 명단 공개 없이 일부 로스쿨에 경고조치만 내리기로 한 것이다. 마지못해 발표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뒤따를 전망이다.

당초 로스쿨 입학전형 과정에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교육부가 전수조사에 나선 것도 사실이다. 사법시험 존치 논란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그러나 교육부 조사는 로스쿨 갈등을 잠재우는 데 한계를 안고 있다. 교육부가 뒤늦게나마 전수조사에 나선 뒤 로스쿨 입시 부정을 폭로한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의 저서가 발간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신 교수는 경북대의 한 교수가 모 변호사에게서 아들 입학 청탁을 받아 동료 교수 연구실을 찾아다녔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발표에 이런 내용은 없다.

교육부의 이번 발표는 기대했던 모든 이에게 실망을 안겼다. 각계 고위층과 줄줄이 연관돼 있어 교육부가 발표 내용을 고의 축소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내는 차원에서라도 조사 결과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랐지만 교육부는 이를 외면했다. 허무한 결과만 낳은 채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물론 교육부도 고민이 컸을 것으로 본다. 실명을 그대로 발표할 경우 더 큰 파장이 생긴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런데도 파문은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다. 법조인과 그 자녀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음에 따라 정식 소송 등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도입된 로스쿨은 금수저, 흙수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로스쿨이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공정성 시비가 일어서는 안 된다.
또다시 불필요한 논란이 일지 않도록 입학요강 등을 엄격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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