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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삼계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08 17:19

수정 2016.05.08 17:19

예부터 닭고기는 지방이 적고 소화가 잘된다 해서 여름철 보양음식으로 쓰였다. 우리 선조들은 삼복더위가 오면 병아리보다 조금 큰 토종닭인 연계(軟鷄)에 찹쌀, 인삼과 약재를 함께 넣어 끓인 삼계탕으로 '보신'을 했다. 조선 말기 개화파 김윤식의 일기 '속음청사(續陰晴史)'에는 인삼과 닭을 넣고 푹 고은 '삼계고(蔘鷄膏)'란 이름이 등장한다. 1910년 '조선요리제법'이란 조리서에는 삼계탕이 '닭국'이란 이름으로 소개된다. 1924년 발간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계탕(鷄湯)'이라고 적었다.

1950년대에는 인삼 가루를 넣은 닭국물인 '계삼탕'이 인기를 끌었다.

부자 음식으로 치부되던 삼계탕은 1970년대 대중화됐다. 인삼농사와 양계산업이 활발해지면서부터다. 일본이나 동남아에 삼계탕이 수출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그러나 삼계탕은 2000년대 중반 중국.일본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TV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로 음식한류가 본격화되면서 명성을 떨쳤다. 미식가로 알려진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는 자신의 소설에서 삼계탕을 대한민국 최고의 요리라고 칭찬했다. 중국의 세계적 영화감독인 장이머우와 배우 장쯔이는 삼계탕을 '진생치킨수프'라며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찾았다.

특히 중국인들의 삼계탕 사랑이 남달랐다. 중국인들은 원래 닭고기를 좋아하고 보양식을 즐긴다. 인삼, 찹쌀, 밤, 대추, 감초 등 건강에 좋은 식재료가 많이 들어간 삼계탕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필수 방문코스가 삼계탕집이다. 지난해 한 설문조사 결과 방한한 유커의 음식점 검색 순위 1위가 삼계탕 전문점이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삼계탕을 극찬하기도 했다.

한국을 찾은 중국 건강식품업체 중마이 그룹의 직원 4000여명이 지난 6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삼계탕 파티를 즐겼다. 유커들은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가 여자친구에게 끓여줬다는 바로 그 삼계탕"이라며 '하오츠(好吃.맛있다)'를 연발했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육계협회가 중국 수출을 앞둔 삼계탕을 홍보하기 위해 무료로 제공한 것이다.

오는 6월부터 삼계탕이 중국에 수출될 전망이다. 한·중 양국이 지난달 검역절차 등 제반 쟁점사항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2006년 중국에 수출을 요청한 지 10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중국은 조만간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최대 삼계탕 수입국으로 떠오를 것 같다.
삼계탕이 음식한류의 선봉에 서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