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관료에서 살만 부왕세자로 영향력 이동
국제 석유시장·유가에 상당한 영향 미칠 듯
"몇달내 석유 증산 예상 유가 더 떨어질 것"
"시장점유율 전략 철회로 유가상승" 전망도
국제 석유시장·유가에 상당한 영향 미칠 듯
"몇달내 석유 증산 예상 유가 더 떨어질 것"
"시장점유율 전략 철회로 유가상승" 전망도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사진)이 7일(현지시간) 경질됐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람코 회장이 새 에너지 장관으로 임명됐다. 20년 넘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사실상 수장역할을 해 온 나이미의 퇴진으로 석유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나이미 장관 경질은 사우디 경제개혁에 따른 정부 조직 개편 과정에서 비롯됐지만 국제 석유시장과 유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나이미 전 장관은 1995년 석유장관 임명 뒤 전임 장관들의 석유정책을 뒤집었다.
2014년 11월 유가 하락 속에서도 OPEC이 감산을 결정하지 않은 것은 그의 강한 반대가 작용한 결과다. 이후 유가는 폭락했지만 사우디는 시장점유율을 지키겠다며 감산을 반대했다.
생산단가가 높은 미국 셰일석유를 고사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미 셰일석유가 의외로 강한 면모를 보이면서 전략의 유효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20여년간 국제 석유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나이미 전 장관 경질은 지난달 카타르 도하의 주요 산유국 회의 이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그는 러시아, 베네수엘라, 카타르와 함께 이란이 동참하지 않더라도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고, 도하 회의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사우디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왕위 계승 서열 2위)가 도하 회의 직전 이란의 동참없는 산유량 동결은 불가하다고 밝히고, 회의에서 그의 입장이 관철되면서 퇴진이 점쳐져왔다.
도하 회의에 참석했던 한 석유장관은 "나이미가 장관 재임 20여년만에 처음으로 왕가에 제압당했다"면서 "이는 그에게는 매우 수치스러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
나이미 전 장관 측근도 "도하 회의 뒤 그의 퇴진은 그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우디 석유장관 교체가 유가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RBC 캐피털 마켓츠의 상품전략 책임자 헬리마 크로프트는 "살만 부왕세자가 모든 것을 바꿔놓고 있다"면서 "그는 OPEC과 협력해야 한다는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가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바클레이스의 에너지시장 리서치 책임자 마이클 코언도 사우디가 몇달 안에 산유량을 늘릴 가능성이 시장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가가 오름세를 탈 것이란 반대 예상도 나온다. 에너지관리연구소의 도미닉 치리칠라 애널리스트는 사우디 에너지 지도부 교체는 "안면몰수하지 않고도 사우디가 시장점유율 전략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면서 "(장관 교체는) 유가 상승 호재로 해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체가 일찌감치 예상됐던 터라 아예 석유시장에는 큰 충격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큰 변화가 일고 있지만 그 충격이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이다.
다만 유가 하락 전망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장기 계약을 통한 석유수출만 고집하던 사우디가 현물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진데 따른 것이다.
씨티그룹은 사우디의 현물시장 진출은 석유수출이 신속하게 늘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아마도 하루 50만배럴 추가 생산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전세계 석유재고는 사상최대에 이르고, 초과공급 규모 역시 하루 100만배럴에 육박하는 상태에서 추가 석유공급은 유가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한편 나이미 전 장관은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사우디아람코에서 12살에 심부름꾼으로 시작해 석유장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이후 미국 유학을 마치고 사우디아람코에 복직해 고속 승진을 거듭했고, 1984년 사장, 1988년에는 최고경영자(CEO)가 됐다.1995년 석유장관에 임명돼 이번에 경질되기전까지 최장수 석유장관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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