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前 경제부총리에게 구조조정 길을 묻다
16년전 1兆 투입한 대우조선.. 돌아온 건 도덕적 해이
'상시 구조조정' 작동 안해.. 책임 소재 명확히 가려야
16년전 1兆 투입한 대우조선.. 돌아온 건 도덕적 해이
'상시 구조조정' 작동 안해.. 책임 소재 명확히 가려야
"16년 전 어렵게 공적자금을 추가 조성해서 산업은행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1조원을 증자해줬는데, 대체 어떻게 한 건가. 부채가 4000% 될 때까지 산은은 뭘 하고 경영진은 뭘 했나. 상시 구조조정 특별법이 작동을 안한 거다. 참 답답하고 아쉽다. 기본적으로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데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전부 다른 데서 내려오고 산은 행장 얘기도 안 듣고, 아주 엉망이다. 대우조선 사외이사 중에는 전직 국회의원, 정치인이 2명이나 내려와 있고 수십명의 자문위원을 고용하질 않나…. 이게 무슨 짓인가. 말도 안되는 소리다."
지난달 29일 기자를 마주한 진념 전 경제부총리(사진)가 쓴소리를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1999년 대우그룹이 무너지면서 2000년 분리 독립된 대우조선공업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31.5%)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19.5%)에 주식의 50% 이상을 팔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대주주가 된 산은은 조선업 호황기를 거치며 배당에 따라 실적이 크게 개선된다.
정부는 2001년 초 공적자금관리특별법 제정을 전제로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을 설득해 1조원의 공적자금을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하고 2001년 대우조선해양은 워크아웃에서 졸업하게 된다. 이 돈을 투입해 기업 살리기, 경제 살리기에 앞장섰던 사람이 진 전 부총리다. 국회만 가면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장관 그만두라"고 압박했지만 정면돌파를 택한 진 전 부총리는 대통령과 여당, 나아가 야당까지 설득해 실탄을 얻어냈다.
하지만 최근 국정감사 결과 2000년 이후 대우조선해양이 퇴직임원 등 60명을 고문, 자문역 등 임원으로 위촉하고 이들에게 100억원이 넘는 급여를 지급하는 등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인 것이 드러났다.
진 전 부총리의 실망은 누구보다 컸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은 이미 늦었고, 더 늦추면 안될 만큼 시급하고 심각한 이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려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등 개별기업 문제는 채권은행단이 가리되, 해운.조선 등 산업 구조조정은 정부가 드라이브를 잡고 가야한다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채권은행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채권은행에 만연한 '내가 있을 때까지는 조용히 있자'는 일반적인 생각을 넘지 못하면 상시 구조조정은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3년 동안 영업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들은 정리를 해야 한다. 그게 책임자들의 역할"이라고 조언했다.
진 전 부총리는 "원인을 규명하고, 은행이든 개인이든 책임이 있는 곳은 반드시 다 따져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썼다' 하는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일을 했어야 할 때 하지 못해서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을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안을 제시했다. 진 전 부총리는 "구조조정에 있어 채권은행의 관할을 분명히 해줘야 한다"면서 "이와 동시에 민간 구조조정 컨설팅 전문회사를 활성화시킬 것"을 주장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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