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새벽에 침입한 '도둑 뇌사' ,집행유예 확정...대법 "정당방위 아냐"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12 11:23

수정 2016.05.12 12:18

새벽에 침입한 도둑을 폭행해 숨지게 한 '도둑뇌사' 사건 집주인에게 집행유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2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22)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유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정당방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최씨는 지난 2014년 3월 자신의 집에 침입한 절도범 김모씨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일 최씨는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새벽 무렵 귀가했다가 집안에 침입한 도둑 김씨를 발견, 주먹으로 때려 쓰러 뜨렸다.

도둑이 쓰러진 뒤에도 최씨는 발로 도둑의 뒷통수를 여러차례 걷어찼을 뿐 아니라 빨래건조대로 내리치고 허리띠를 휘두르는 등 지속적으로 폭행했다.
최씨의 주먹과 발길질을 견디지 못한 도둑은 큰 부상을 입은 채 기절했고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현장 주변은 도둑이 흘린 피로 선혈이 낭자할 정도로 위급한 상태가 됐다.

검찰은 최씨가 최초 도둑을 발견해 주먹으로 폭행한 부분은 정당방위를 인정해 기소하지 않았지만 도둑이 쓰러진 뒤에도 계속해서 폭행했고 폭행정도가 더 가중된 만큼 후속폭행은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며 최씨를 기소했다.

재판과정에서 최씨는 집안에 침입한 도둑에 대한 정당한 방위조치였다면서 도둑이 쓰러진 뒤에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폭행을 계속한 것은 도둑이 깨어나 반격할 것이 두려웠고 경황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1심 법원은 최씨의 행위가 도를 지나친 것으로 정당방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1심 법원은 “최초에 절도범을 제압하기 위해 폭행이 시작됐다 해도 아무 저항없이 도망만 가려는 도둑의 머리 부위를 장시간 심하게 때린 것은 방위행위의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판시했다.

2심 법원 첫 번째 폭행은 정당방위이지만 “후속폭행은 최초 폭행이 종료된 후 재개된 별개의 폭행”으로 “단지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는 생각으로 한 후속폭행”인 만큼 “침해상황과 방위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역시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2심 법원은 최씨의 행위가 우발적이었다는 점, 원인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는 점, 최씨가 스스로 죄책감을 느껴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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