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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알파물류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12 16:42

수정 2016.05.12 16:42

[여의나루] 알파물류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첫 대국에서 승리한 후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 허사비스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50여년 전 인류 최초로 미지의 공간인 달에 착륙한 것에 비교될 만큼 그 영향력이 큰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뎠음을 말한 것이리라.

그동안 바둑은 경우의 수가 10의 170승에 달해 아무리 빠른 컴퓨터라도 넘볼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바둑에는 계산 이외에 직관이라는 부분이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이번 대국을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관까지도 학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놀라운 점은 딥마인드가 바둑이라는 영역에 한정된 것이 아닌 시뮬레이션, 전자상거래, 게임 등을 위한 범용 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해 알파고를 개발했다는 점이다. 즉, 바둑 이외에도 의사결정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그 활용성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는 로봇팔과 같이 자신의 의사결정 내용을 현실세계에서 구현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아자 황 박사)이 대신 바둑돌을 놓았다. 하지만 이미 구글은 자율 주행차 및 인공지능 로봇 등 사람 없이도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과를 물리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에서 이야기하는 정보·인공지능 등으로 구성된 사이버 시스템과 로봇·생산기계 등 물리적 시스템이 결합된 '사이버피직스' 시스템과 매우 유사한 것이다. 구글은 기술개발을 위해 관련기업들을 인수합병해 왔는데, 대표적인 것이 머리에 해당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딥마인드와 몸에 해당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 메카로보틱스, 스카프트 등이다.

흔히 증기기관, 컨베이어 등을 이용한 대량생산, 지식정보시스템 등으로 대표되는 3차례의 산업혁명 이후 4차 산업혁명은 기계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생산을 통제할 수 있는 사이버피직스 시스템으로 특징 지어진다.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WEF)의 핵심의제로 선정될 만큼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후 인공지능이 의사, 변호사 등 전문분야를 대체하고 산업수학이 각광받게 될 것이라는 알파고 효과도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 및 로봇기술이 합쳐진 사이버피직스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가 바로 물류산업이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것은 인공지능 무인트럭으로 교통, 날씨, 고객의 요구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계산된 최적의 경로로 이동하고 사람은 화물의 상하차에만 집중하는 시스템이 구현될 것이다. 트럭이 이동하기 힘든 도서산간지역의 경우에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드론과 로봇을 활용하면 서비스 향상이 가능할 것이다. 이어서 물류센터에 도착한 트럭에서 화물의 적재상태를 인식해 순서대로 반출하는 자동화시스템, 그리고 화물의 크기 및 적재 상태를 파악해 마치 '테트리스'를 하듯이 최적의 상태로 상차하는 시스템 등이 향후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산업재해 예방에도 큰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물류센터 내에서 다양한 상품을 고객의 주문에 따라 모아서 포장하는 작업도 이미 아마존에서는 KIVA라는 로봇과 자동화시스템을 활용해 인력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있다.

미래의 물류시스템에 사용될 로봇·드론·자동화 시스템은 지금처럼 인간이 지령을 내리고 작업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스스로 환경을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고 업무를 수행하는 기계지능을 갖춘 시스템이 될 것이다.


알파고에서 촉발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인류의 또 다른 위대한 한걸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의 물류산업 또한 알파 물류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성진 전 한경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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