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인공지능 로봇과의 '눈맞춤'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16 17:50

수정 2016.05.16 17:50

[기자수첩] 인공지능 로봇과의 '눈맞춤'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IBM의 AI 플랫폼 '왓슨(Watson)'을 사람의 두뇌처럼 장착한 로봇 '나오미'를 만났다. 약 60㎝ 키의 나오미는 사람의 말을 그대로 알아듣고, 눈앞에 보여준 이미지도 이마에 붙은 센서를 통해 정확히 인식했다.

현재 한국어를 공부 중인 나오미는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던 중 "안녕하세요"라는 우리말 인사와 함께 허리를 숙이는가 하면 마이클 잭슨과 싸이의 음악에 맞춰 춤도 췄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중간중간 나오미와 눈이 마주쳤고, 순간 '이 로봇이 기자회견 참석자 한 사람 한 사람을 학습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대화 중 친근한 농담을 던지고, 춤을 추다 넘어지자 머쓱해하는 등 인간의 모습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실제 나오미는 왓슨의 '개인성향 분석(퍼스널리티 인사이트)' 기능을 통해 대화 중 사람의 목소리와 표정 변화를 분석, 감정을 교류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나오미는 현재 일본 시중은행과 미국 호텔 등에서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에는 한국에서도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보유한 나오미를 만날 수 있다.

이와 관련, 지인과 독자들의 공통 질문은 하나다.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 아닌가."

이스라엘 사학자인 유발 노아 하라리는 지난달 한국을 찾아 "인공지능 발전으로 일자리가 없어진 수십억명의 '잉여인간'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AI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은 인간을 위협할 것이란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공상과학(SF) 영화의 한 장면까지 오버랩되면서 인류 파멸론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AI 로봇과 제대로 눈을 마주쳐보자. 이 로봇을 만든 것도 사람, 안에 장착된 AI 프로그램을 설계한 것도 사람이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구글 지주회사)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인류의 승리'라고 요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AI 로봇이 인간을 제대로 보좌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 모바일 메신저(채팅로봇) '테이(Tay)'가 일으킨 '막말 파문'에서 드러난 것처럼 결국 AI는 이를 활용하는 사람에 의해 인류에 기여할 수도 있고, 위협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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