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0弗 간다더니 "공급과잉 해소됐다" 말바꿔
대표적 '유가 비관론자'로 꼽히던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원유 과잉공급 문제가 해소됐다"는 전향적 분석을 내놨다. 여기에다 일부 산유국의 생산차질까지 겹치면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에 재진입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지난해 9월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충격적 전망까지 내놨던 골드만삭스가 지난 2년간 이어진 원유 과잉공급이 끝난 것으로 진단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무장세력들의 나이지리아 석유시설 공격과 캐나다 앨버타주 대형 산불에 따른 오일샌드 생산 차질, 리비아 정정불안 등으로 국제원유시장에 하루 공급량이 375만배럴 줄어들면서 과잉공급 문제가 예상보다 일찍 해소됐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골드만삭스는 올 2.4분기 WTI 가격을 당초 평균 35달러로 예상했지만 보고서에서는 45달러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 유가전망을 상향조정한 것이다.
과잉공급되던 원유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은 다른 예측기관에서도 나오고 있다. 컨설팅업체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는 현재 원유 생산차질 규모가 최근 수년 들어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감산 원인으로 정정불안과 자연재해 외에 노후한 시설과 유가 급락에 따른 투자 감소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4월 하루 970만배럴에서 지난 4월에는 900만배럴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유가 반등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생산업체들은 수익성 하락으로 10여개 업체가 파산신청을 했고 앞으로도 계속 고전할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전망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 내 7개 주요 셰일석유 생산지의 하루 산유량이 다음 달에는 현재보다 11만3000배럴 더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라틴아메리카의 하루 산유량 또한 현재 1년 전에 비해 50만배럴 감소했다.
골드만삭스는 원유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졌다가 이달 들어 예상보다 일찍 원유 공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신흥시장을 포함해 원유 수요도 증가세를 보이면서 과잉공급 문제가 해소되며 가격 반등세를 이끌고 있다. IEA는 중국의 경우 지위 상승을 과시하려는 중산층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구입이 증가하고 있어 연료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또 지난 6일 현재 미국은 원유 재고가 1주일 동안 341만배럴 감소한 가운데 차량의 연료 소비가 여름휴가철이 오기도 전에 이미 증가세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에 진입할 것으로 낙관하면서도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립스퓨처스의 수석선물애널리스트인 아브타르 산두는 "시장에 아직 원유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올 하반기에 배럴당 50달러대를 회복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시추와 생산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 내년 전반기에는 과잉공급 문제가 재발하고 1.4분기에 배럴당 45달러에 거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뉴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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