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으로 취업한 인력 절반이 연봉 2500만원이하

해외 취업, 희망과는 다른 팍팍한 현실
중소기업 못미치는 수준.. 알선업체 사기도 빈번
취업자 사후관리 의무화 등 정부, 다양한 지원책 마련

"해외로 나가봐야 고생만하고 별 거 없다."

해외로 나가 직장을 구하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극심한 취업난을 견디기 어려운 청년들이 찾은 마지막 돌파구다. 실제 청년 구직자 10명 중 7명은 해외취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한 취업포털이 구직자 12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회만 된다면 해외취업을 하고 싶다'고 답한 응답자는 71.3%에 달했다.

문제는 해외로 나간 청년들이 받게 되는 임금이 구직자들의 기대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평균 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타국에 거주하면서 들어가는 주거비, 생활비 등까지 고려하면 이들의 고충은 더 심각하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적인 문제에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해외로 나가봐야 별 수 없더라"는 말이 돌고 있다.

■중소기업 수준도 안 되는 연봉

18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로 취업한 이들의 절반 이상은 국내 중소기업 신입사원 평균연봉 수준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정부지원 사업을 통해 해외로 취업한 구직자 1491명 중 51%(766명)가 2500만원 이하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 결과 중소기업 신입사원 평균연봉은 2455만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지원을 통해 해외취업에 성공했다할지라도, 국내 중소기업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들 중에는 최저임금 수준인 연봉 1500만원을 받지 못한 근로자도 14%(206명)나 됐다.

2015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전체 해외취업자 2344명 중 55%인 1279명이 마찬가지로 연봉 2500만원을 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싱가포르로 취업에 성공한 김가영씨(27)는 "여기서는 연봉 2300만원만 넘어도 다들 만족해하는 분위기라 놀랐다"며 "구직자들이 해외까지 나와서 오히려 눈을 더 낮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돈을 받고 해외취업을 연결시켜주는 알선업체(에이전시)에 대한 피해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전문성이 없는 알선업체들이 아르바이트 수준의 직업을 소개시켜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해외취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피해사례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알선업체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한 누리꾼은 "우리는 인생을 걸고 나가는데 알선업체들은 지원자가 일하게 될 회사의 조건에는 관심갖지 않는다"며 "오직 합격이 되느냐 마느냐에만 신경을 쓰고있어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또, 구직자들을 교육한다는 명목아래 이중으로 참가비를 챙기는 업체도 있다고 밝혔다. 전문지식이 없는 강사들로 구성한 형식적인 교육을 마치 꼭 필요한 코스처럼 만들어 구직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보다 질'추구해야

정부도 해외취업의 질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청년 해외취업 촉진대책'을 발표하고 국가.직종별 맞춤 전략을 세워 해외취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부터는 민간알선업체에게 주는 지원금도 취업자 연봉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연봉 2400~3500만원 미만'일 경우 1인당 200만원을 주고, '연봉 3500만원 이상'인 경우 300만원을 주는 식이다.

또 알선업체가 꾸준히 취업자를 사후관리 해야 하는 의무조항도 신설했다. 알선업체는 취업자가 입사한 뒤 최소 6개월간 꾸준히 연락을 취하며 적응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이를 어기는 업체는 약정이 해지되거나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환급해야 한다.

하지만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해외취업을 고려중인 구직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호주로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이모씨(24)는 "1~ 2년이 낭비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인데, 그동안의 사례들을 보면 정책을 완벽히 믿을 수는 없을 것 같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