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적 충격 없는데도 긍정적 경기 신호 사라져"
글로벌 경제 회복 지연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긍정적인 경기 신호가 점점 소멸되는 '늪지형'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8일 발표한 '사상 초유의 '늪지형' 불황 탈출이 시급하다' 보고서를 통해 경제 외적인 대규모 충격이 없음에도 경기 회복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는 데다 경제 주체들의 피로감이 점증하고, 역동성이 고갈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최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불황 국면을 '늪지형' '멀티딥형' '수요충격형' '전방위형' '자생력 부족형' 등 다섯가지 형태로 정리했다.
보고서는 늪지형이란 심각한 어려움은 없으나 경제가 늪에 빠지는 것처럼 천천히 가라앉으면서 시간이 갈수록 침체의 강도가 누적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2008년)와 재정위기(2010년)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경기 흐름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2011년 3.7%를 기록한 이후 2%대 성장률을 보이다가 2014년 3.3%로 잠시 반등하기도 했으나 2015년에 다시 2%대로 떨어졌다. 특히 제조업 경기에서도 이러한 '늪지형' 불황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생산증가율이 이전보다 크게 낮아지는 가운데 그 추세 자체가 우하향을 지속중이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또 경기가 하락하는 추세 속에서 다수의 작은 파동이 존재하는 것을 '멀티딥형' 불황이라고 했다. 실제 국내총생산(GDP) 추이를 보면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값을 가지는 국면이 세번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현재의 불황은 장기간 경기 회복 지연과 성장 견인 부문 부재에 따른 '소득 환류의 단절'과 '소비 및 투자 심리의 악화'가 발생하는 '수요충격형'이다. 제조업의 평균가동률은 2011년 1.4분기에 81.3%에서 5년 동안 하락 추세를 지속하면서 2016년 1.4분기 73.6%를 기록하고 있다.
제조업(수출)에서 서비스업(내수)로 불황이 파급돼 대부분 부문들이 침체를 경험하는 것은 '전방위형' 불황이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내수(서비스업) 부문은 어려웠으나 수출(제조업) 부문은 환율 상승 등으로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서비스업의 생산 증가율도 하락 추세를 지속하는 모습을 보이며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민간 부문의 방어력이 크게 약화되는 '자생력 부족형' 불황이라고 전했다. 민간 부문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2001~2008년 분기 평균 3.9%포인트에서 2011~2015년 평균 2.5%포인트로 하락했다. 특히 2015년 이후에는 1.7%포인트로 크게 낮아졌다. 만약 공공 부문의 경기 안정화 노력이 없었다면 2015년 실제 경제성장률은 1%대에 그쳤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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