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통념·상식 깨고 '과학 대중화 길' 열다

판다의 엄지
스티븐 제이 굴드 / 사이언스북스


과학적 통념과 상식을 통렬하게 깨부숨으로써 과학 대중화의 길을 연 '과학의 고전'이다. 오랫동안 절판 상태로 있으며 과학 분야 복간 희망 1순위로 거론되던 이 책이 저자가 세상을 떠난지 14년만에 드디어 재출간됐다.

1980년 미국에서 출간 즉시 독자들과 당대 지식인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은 이 책은 우리나라에선 1998년에서야 빛을 봤다. 과학이 부국강병의 기틀로 여겨지던 당시, 완벽하지 않은 과학의 속살을 드러낸 이 책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고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였고 과학철학자이자 과학사학자, 그리고 세계적 저술가라는 명성과 함께 이 책은 저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고생물학자"라는 수식어를 안겨줬다.

27년간 '이런 생명관'이라는 제목으로 매달 연재했던 '내추럴 히스토리'의 300편의 글 중에서 초기 원고 31편을 엮어 단행본으로 펴낸 이 책을 통해 저자는 1981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과학 저술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라섰다.

특히 자이언트판다의 '가짜' 엄지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해 진화의 결과물이 그리 주도면밀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음을 보여준 제1장(판다의 엄지)은 진화론의 대중화 역사에서는 일종의 전설과 같다.

이 책은 진화생물학의 역사와 출간 당시 논쟁부터 과학자의 삶, 과학 교육과 윤리 등의 문제를 비롯해 성차별, 장애인 차별 문제처럼 정치.사회적 이슈까지 아우르고 있다.

특히 저자는 특유의 박식함과 재치, 우아함으로 무장해 이 방대한 주제들을 세련되게 잘 버무렸다.
이를 통해 과학적 개념이 어떻게 오해받고, 오용되고, 잘못된 사회적 실천을 낳는지 보여준다.

또 과학 자체도 과학자 자신이나 사회의 선입견, 바람이나 욕망 등과 결합되면 어떻게 오용되는지를, 그리고 환원론.결정론.원자론 등 단선적 견해가 과학자들을 어떤 식의 오류로 이끄는지를 확실하게 그려냈다.

때로는 만화 속 미키마우스를 등장시켜 유형 성숙에 숨은 진화론의 비밀을 드러내고, 미치광이로 무시된 옛 과학자의 논문과 저작을 뒤져 과학사의 메커니즘을 밝히기도 했다.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