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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밍크고래, 진화 거치면서 '암 억제'

노주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20 10:05

수정 2016.05.20 10:05

대형 밍크고래, 진화 거치면서 '암 억제'

국립수산과학원(원장 강준석)은 서울대 생물정보분석 전문회사 ㈜조앤김 지노믹스 연구팀과 공동으로 밍크고래 등 대형포유류가 진화를 거치면서 암을 억제해왔다는 연구결과를 20일 밝혔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가 지원하는 해양과학기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논문이 게재됐다.

일반적으로 암은 세포분열과정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암 발생 위험은 세포분열이 많이 일어날수록 높아져 이론적으로 세포의 숫자가 많을수록 수명이 길수록 암 발생의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코끼리·고래와 같은 대형 포유류는 인간 세포숫자의 1000배 이상에 이를 정도로 세포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페토의 역설'(Petos paradox)이라고 일컬어지며 최근까지 관련 연구들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동물의 유전체 내에는 짧은 염기서열이 수십 회 가량 반복돼 있는 부분이 있다. 이를 가리켜 '초위성체'(Microsatellite) 라고 하며 이 초위성체는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 유전체 곳곳에 존재하면서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연구팀은 '페토의 역설'을 증명하기 위해 초위성체의 양과 암 발생간의 관련성을 확인하고자 밍크고래·코끼리·캥거루·인간·코요테·쥐 등 포유류 31종을 대상으로 몸무게와 유전체 정보를 수집해 암을 유발시키는 초위성체 정보를 분석했다.

포유류 31종의 유전체에서 초위성체 양과 몸무게를 분석한 결과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초위성체 양이 적었고 포유류의 암 발생과 관련된 대사율과 체온을 적용하더라도 상관관계는 변하지 않았으며 진화적 거리를 고려한 분석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예를 들면 사람은 성인 평균체중 65kg을 적용하면 약 60여만 개의 초위성체가 있으나 밍크고래는 몸무게가 5000kg(70배)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초위성체는 약 46만여 개(0.8배)를 가지고 있다.

이는 대형 포유류가 진화하면서 돌연변이 발생률이 높은 초위성체의 양을 조절해 암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본 연구에서는 밝히고 있다.

연구팀은 약 5억 년 전 육지에서 바다로 서식지를 옮겨 진화해 온 밍크고래의 유전체에서 유영을 위해 털이 퇴화된 것과 차가운 바닷물에서 저체온증을 해결하고 있는 것을 밝혀 지난해 유전학 분야 국제 학술지 BMC Genomics에 논문을 게재했다.


생명공학과 박중연 연구팀장은 "밍크고래를 비롯한 대형 포유류들은 진화과정 중 암을 발생시키는 초위성체의 양을 줄여나가면서 생존을 위한 선택적 조절능력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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