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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탄소계산서와 탄소추적시스템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22 17:27

수정 2016.05.22 17:27

[차관칼럼] 탄소계산서와 탄소추적시스템

남자들이 맥줏집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은 가족, 여행, 다이어트, 자동차 이야기 등 평범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그러다 바텐더가 계산서를 가져오고 계산내역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들이 여행을 가고, 고기를 먹기 위해 소비한 탄소들을 계산한 엄청난 비용의 계산서. 당황한 그들에게 바텐더가 묻는다. "누가 계산할 건가요?" 그들은 "늘 그랬듯이 저 사람들이요"하며 제3세계의 사람을 가리킨다. 영화 '탄소계산서'(2009)의 내용이다.


이 영화는 그동안 과다하게 탄소를 사용한 나라를 위해 거의 탄소를 배출하지 않았던 제3세계 사람들이 갚아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얼마 전, 파리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규정하고 신기후체제(포스트 2020)를 선포했다. 그러나 이 신기후체제에 대하여 우려의 목소리와 환영의 목소리가 함께 들리고 있다. 이러한 논란 사이에서 분명한 것은, 비록 이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무거운 짐이지만, 내일을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13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약 7억t으로, 1990년 대비 137.6% 증가했다. 이는 미국, 러시아, 일본, 독일, 캐나다 다음으로 적지 않은 양을 배출하고 있다.

따라서 철저한 온실가스 관리가 필요하나 여기에 문제점이 하나 있다. 바로 배출되는 양과 식물이나 산림에서 흡수되는 양을 분리해 계산할 수 있는가이다. 기상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부터 '탄소추적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왔다. 탄소추적시스템은 배출량과 흡수량을 정량적으로 계산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지역적 또는 국가적으로 어떤 곳의 배출량이 많고 어떤 곳의 흡수량이 높은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탄소추적시스템의 신뢰도일 것이다. 탄소추적시스템의 정확도는 입력되는 이산화탄소 관측 자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지상 관측은 공간적으로 상당한 제약을 받기 때문에 유일한 관측방안으로 위성 관측이 주목 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현재 운영 중인 온실가스 전용 관측위성이 2기에서 2017년까지 총 5기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위성 관측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아시아 지역인 중국과 일본이 온실가스 전용 관측 위성 운영 국가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온실가스 관측 위성의 르네상스가 도래하는 시점에서 꼭 필요한 것은 온실가스 관측 위성 자료의 검증 및 활용 기술이다. 이를 위해 기상청은 온실가스 관측 위성 지상 검증체계를 구축하였으며, 국제적 수준의 높은 정확성을 확보하였다. 이를 통한 고품질의 온실가스 위성정보 제공과 정량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및 흡수 정보는 국가 탄소관리의 체질 강화에 이바지할 것이다.


기상청은 국가 탄소관리와 그에 따른 기술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 탄소배출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결국엔 어마어마한 탄소계산서가 우리 후손에게 청구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국가적으로, 그리고 개인 모두가 탄소배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배출량을 줄이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고윤화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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