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이란 오지에 부는 '한류 바람'

이란의 제3 도시 타브리즈 서북쪽으로 2시간을 달려가면 성스테파노스 교회가 있다. 이슬람 국가에 교회가 왜 있느냐고 생각하겠지만, 타브리즈 인근에만 교회가 3개 정도 있다. 이슬람의 엄격한 율법 속에서도 아르메니아 정교를 믿는 소수민족들이 오래전부터 제한적으로 예배를 드리던 교회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타브리즈에서는 하루종일 걸어다녀도 동양인을 만나기 힘들다. 성스테파노스 교회는 이란과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국경이 맞물리는 지역에 위치한 '조르타'라는 도시 인근에 위치해 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뤄진 사암지대의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차를 타고 올라간 뒤에도 20여분쯤 가파른 경사를 올라야만 도착할 수 있다.

이곳에 한국인 몇명이 도착하자 나들이를 나온 수많은 이란인들의 시선이 따갑게 꽂혔다. 이래저래 부담스러워 잠시 서성거리는데, 한 젊은 이란 청년이 다가와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젊은이는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어도 괜찮냐고 물었다. 좋다고 말하자, 갑자기 주변 이란 남녀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몰려 들었다. 저마다 '코리~'라는 말을 외치며 즐거워했다. 히잡을 두른 젊은 여성들은 "오빠, 안녕하세요"를 외쳤으며, 그중에는 '이민호' '소지섭' 같은 한국 연예인 이름을 크게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동양인을 보기 힘든 이란 접경지역에서 이토록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어로 한국 연예인 이름을 외치는 것을 들으면서 순간 뭉클한 감정이 치솟았다. 이란은 한국인에게 무척 생소한 곳이지만, 그곳 사람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한국을 가깝게 느끼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몇번이나 재방송되고 있다는 '주몽' '대장금' 같은 드라마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최신 드라마들 덕분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하면서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갔다. 현지에서 바이어들과 미팅을 가진 기업들은 저마다 소정의 성과를 거뒀다고 만족해 한다. 일부에선 사절단 성과가 실체가 없는 부풀리기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서야 이란 사람들의 얼굴을 처음으로 마주한 시작단계에 있을 뿐이다.

이란은 실크로드에 속한 나라로 오래전부터 상업이 발달했던 곳이다. 아르메니아인들은 무서울 정도로 똑똑한 상인들이었고 투르크계 귀족 상인들 역시 페르시아 제국의 강성함을 이끌었던 주역들이다.


이런 상업의 귀재들을 상대로 첫단추를 꿴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미 한국어로 인사를 하고, 한국 드라마 제목을 줄줄 꿸 정도로 우리를 친숙하게 대하는 이란인들. 당장에 경제사절단 효과가 없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 첫발이 수년안에 큰 성과를 낼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져보게 된다. 부풀릴 필요도 없지만 성과를 굳이 깎아내릴 이유도 없지 않을까싶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