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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한국 안방에 진입… 글로벌 미디어 경쟁 '점화'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24 15:34

수정 2016.05.24 15:34

EU는 쿼터제 도입도 논의하는데… 우리 정부는 오히려 콘텐츠 투자 발목
전세계 8000만 가입자를 확보하며 세계 미디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다음달 우리나라의 안방에 본격 진입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인터넷이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만 넷플릭스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었는데 6월부터 케이블TV 딜라이브가 넷플릭스 콘텐츠를 방송하기로 했다.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당장은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넷플릭스의 전매특허인 현지 특성에 맞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자칫 넷플릭스에 안방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실제로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넷플릭스에 자국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일정 부분 반드시 편성해야 한다는 일종의 '퀘터제'를 적용키로 하는 등 자국 콘텐츠 보호에 나서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콘텐츠 제작을 활성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도 정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실정이다.
국산 콘탠츠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업계의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넷플릭스, 안방진입… 접근성 더 좋아진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 방송사업자 딜라이브가 6월부터 새 셋톱박스를 출시하면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와 다큐멘터리,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TV수상기를 통해 안방에 제공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넷플릭스, 한국 안방에 진입… 글로벌 미디어 경쟁 '점화'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전세계 가입자의 절반 이상을 TV를 통해 확보했다. 넷플릭스가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N스크린을 지향하지만 결국 주력 매체는 TV라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도 TV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공격적인 가입자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 국내 콘텐츠 시장 투자도 확대
특히 넷플릭스는 가입자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국내 콘텐츠 제작에도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미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에 50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혀 국내 미디어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번에는 딜라이브의 자회사 IHQ와도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자체제작 콘텐츠 제작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넷플릭스는 스페인과 독일 등에 진출하면서 현지 특화 오리지널 TV시리즈 제작에 착수했다. 독일에서는 'Dark'라는 가족드라마를 제작하고 있으며 스페인에서도 1920년대 마드리드를 배경으로 하는 TV시리즈 제작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오브카드를 제작하면서 부터"라며 "이후 넷플릭스는 전세계에 진출하며 자체제작 콘텐츠를 독점 방영하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확대하고 현지 미디어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U는 넷플릭스에 '쿼터제' 도입 추진… 우리 정부는?
이처럼 넷플릭스가 전세계 미디어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자국 미디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대표적이다. EU는 최근 넷플릭스 등 비디오 서비스 업체의 콘텐츠의 20%를 유럽에서 제작된 채우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넷플릭스처럼 '한국판 하우스오브카드'를 제작하겠다며 콘텐츠 투자 확대에 나설 계획을 발표한 SK텔레콤의 투자를 지연시키고 있다.
SK텔레콤은 케이블TV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한 뒤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인수합병에 대한 정부 인가가 늦어지면서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M&A를 발표하면서 고품질 콘텐츠와 주문형비디오(VOD) 시청이 가능하도록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에 향후 5년간 5조원을 투자하고 3200여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국내 콘텐츠 산업 생태계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월 기자들과 만나 "넷플릭스가 이미 우리나라 서비스를 시작한 상황인데 M&A를 머뭇거리면 순식간에 안방을 해외 미디어 사업자들에게 내줄수 있다"며 "글로벌 미디어 경쟁은 이미 시작됐으며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라며 콘텐츠 투자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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