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마지막 시험대 오른 김영란법] "김영란법, 부정청탁 금지법 아닌 수입농축산 촉진법 될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24 17:44

수정 2016.05.24 17:44

농축산업계 반발
인삼70% 한우98% 이상 선물세트 상한선보다 비싸.. 현실에 맞게 수정 요구
오는 9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농축산업계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농축산물 선물세트의 대부분이 김영란법이 규정한 5만원을 넘어서는 탓에 피해 규모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4일 농협이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농축산업계 피해 규모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과.배는 최대 1500억원, 한우산업은 최대 4100억원까지 매출액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FTA보다 더 큰 충격"… 농축산물 제외 요구

김영란법이 5만원 이상의 선물을 주고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주요 농축산물의 40%가량이 명절 기간 선물로 팔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하다.



실제 과일 선물세트는 전체의 50% 이상, 인삼 70% 이상, 한우는 98% 이상이 5만원을 넘는다.

이 때문에 농협을 비롯한 농축산 관련단체는 김영란법을 현실에 맞게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농협은 이례적으로 중앙회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농축산물 선물 가능액이 5만원으로 제한됨에 따라 농민들이 큰 실의에 빠졌다"며 "법 적용대상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하라"고 요구했다.

27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한국농축산연합회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권익위원회가 우리 전통문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식비.선물비 상한선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한국법제연구원 등이 공개토론회를 통해 언급한 '화훼류 등 5만원 이상' '농축산물 10만원선 이상' 등을 권익위가 전혀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김영란법은 더 이상 부정청탁 금지법이 아닌 '수입 농축산물 소비 촉진법'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 단체는 "국내 농축산물은 동법 제8조(금품 등의 수수금지) 3항에 근거로 사회상규에 따른 금품으로 분류해 김영란법 수수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 "부정적인 부분 재검토 필요"

정부 역시 농축산업계의 이런 우려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이동필 장관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법이 관련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정확히 추정해보고, 긍정적인 부분 못지않게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면 수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런 뜻을 모아 권익위원회와 협의해 우려하는 문제들을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같은 농민단체라도 모두가 똑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진보성향의 농민단체인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내수경제가 위축되고 미풍양속이 사라진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는 보수세력이 농민을 걱정하는 척하면서 김영란법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농은 "김영란법으로 인한 농업 피해가 걱정됐다면 정부와 농협이 중장기대책을 세웠어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