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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혜영 "네 번이나 고사한 '갈매기', 때가 됐다 생각했죠"

이다해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26 15:44

수정 2016.05.26 15:44

국립극단 '갈매기'로 4년만에 연극 무대
배우 이혜영 "네 번이나 고사한 '갈매기', 때가 됐다 생각했죠"

배우 이혜영은 시작이 연극이었다. 많은 연극 작품을 했고 연극상도 꽤 받았다. 그런데도 자신을 연극 배우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게 속상했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연극 배우로 각인되고 싶다면 '갈매기'의 아르까지나 역할을 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4년 만에 연극 복귀작으로 네 번이나 고사한 작품에 뛰어들게 된 이유다.

26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갈매기'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
낡고 지루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배우 지망생으로 나오는 니나 역할에 대한 미련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다시 '갈매기'를 읽으면서 아르까지나라는 인물이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완성된 인격이고 멋진 캐릭터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안톤 체홉의 대표작인 '갈매기'(1896년)는 유명 여배우 아르까지나와 그의 아들이자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지향하는 작가 뜨레플례프, 배우 지망생 니나, 성공한 소설가 뜨레고린을 통해 인간 보편의 욕망과 사랑, 갈등을 그린다.

이혜영은 '갈매기'를 1994년 김광림 연출의 '집'에 출연할 당시 처음 접했다. '갈매기'에 나오는 니나의 독백을 극 중 극으로 선보이게 되면서 작품 전체를 읽어보게 된 것. 이혜영은 "당시 눈물을 펑펑 쏟으며 니나에 몰입했다. 아르까지나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회고했다.

20여년이 흘러 '갈매기'를 다시 펼쳤을 때는 아르까지나만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이제는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지금은 이 작품에 참여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연습 내내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갈매기를 이미 여러 번 본 관객, 작품에 선입견을 품고 있는 관객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새롭게 봐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윤철 예술감독은 '이혜영은 태생적으로 아르까지나에 적역'이라며 강한 신뢰감을 보였다. 그는 "아주 드물게 자연인과 연극의 등장인물이 일치하는 경우가 있다. 그게 이혜영과 아르까지나"라고 했다. 연출을 맡은 루마니아 출신의 펠릭스 알렉사는 다만 "배우가 캐릭터와 너무 가까우면 연출의 해석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며 "그러나 이혜영은 내가 해석한 아르까지라라는 그림을 완벽히 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뜨레플례프와 니나 역에는 이번에 국립극단 오디션을 통해 뽑힌 신인 김기수와 강주희가 각각 캐스팅 됐다. 뜨리고린 역은 이명행, 아르까지나의 오빠 소린 역은 오영수가 맡았다.
이 밖에도 이승철, 이창직, 이정미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내달 4일부터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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