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나눠먹기식 금융공기업 관할, 이젠 끝내야

김용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26 17:03

수정 2016.05.26 17:03

[데스크 칼럼] 나눠먹기식 금융공기업 관할, 이젠 끝내야

대우그룹, STX조선, 동부그룹,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으로 이어지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번 전면에 등장하는 은행이 KDB산업은행이다. 정부가 지분 100%를 소유한 금융공기업인 이 은행의 자본금은 정책금융공사로의 분할과 합병을 거치면서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분할하기 이전인 지난 2007년 말 8조2419억원이었던 자본금이 이후 거듭된 증자와 정책금융공사와의 합병을 거쳐 2015년 말에는 17조2354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조선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또 하나의 국책은행이 수출입은행이다. 정부(약 74%)와 한국은행, 산업은행이 각각 주식을 나눠갖고 있는 이 회사의 자본금은 지난 2011년 6조2588억원에서 8조8781억원으로 2조6000억원 이상 늘었다.

국책은행 2곳 모두가 국내 대표적인 시중은행으로 자산이 290조원에 육박하는 신한은행의 자본금 7조9280억원을 훌쩍 넘는다.
둘이 합친 자본금이 26조원을 넘는 두 은행이 현재의 자본금으로도 부족해 다시 정부나 한국은행의 지원을 받아야 할 형편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금이 최근 들어 빠르게 늘어난 이유는 업무영역이 넓어지거나 새롭게 해야 할 일이 생겨서가 아니다. 국내 기업의 시설투자나 수출이 늘어나면서 대출이나 투자를 해줘야 할 곳이 많아져서도 아니다. 두 은행이 기존에 대출하고 투자해줬던 기업들이 부실화돼 현재 자본금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책은행 2곳이 정부의 돈으로 연명해야 하는 처지가 된 이유는 한두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여러 원인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또 시중은행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대출이나 선박 선수금환급보증(RG) 등을 해줘야 하는데서 오는 불가피한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국책은행의 리스크관리 부재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쇠퇴기에 접어든 핵심 산업을 떠맡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자. 하지만 리스크 및 사후관리에서 많은 허점이 노출된다. 또 무분별하게 선박 RG가 발급되는 등 정부의 정책목표를 위해 지나치게 동원된 측면도 크다. 이는 상당부분이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이 깊다.

산업은행의 주무부처는 금융위원회인 반면 수출입은행의 주무부처는 기획재정부다. 그 밖에 또 다른 국책금융기관의 한 축이 무역보험공사다. 이곳의 주무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다. 이 3곳이 주무부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보니 관할 주무부처의 정책에 따라 여신정책이 춤을 추고 리스크 관리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설립 당시 목적과 업무성격에 따라 국책금융기관별 주무부처가 다를 수 있다. 또 경제성장기에는 이런 구조가 합리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구조가 바뀐 상황에서 이러한 구도는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국책금융기관의 설립 목적은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다.
하지만 요즘 모습은 국민 경제에 되레 부담이 되고 있다.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뒷받침하려면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힘을 집중하고 리스크는 줄이며 사후관리는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내놔야 한다.
그러려면 나눠먹기식 국책은행 관할을 이제 끝내야 한다.

yongmin@fnnews.com 김용민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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