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의 소비자경제]

홈쇼핑 '구시대적 규제' 언제까지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27일 롯데홈쇼핑에 대해 6개월간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방송법 제18조는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나 재승인 등을 받으면 영업정지 6개월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처분은 감사원이 지난해 4월 진행된 미래부의 TV홈쇼핑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롯데홈쇼핑이 사업계획서를 사실과 다르게 제출한 것에 대해 제재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롯데홈쇼핑은 납품비리로 형사벌을 받은 임원 수를 허위기재한 사실이 적발됐다.

납품비리는 물론, 홈쇼핑 허가를 허위자료 제출로 받은 행위는 잘못된 것이니 제재조치는 당연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로 인해 롯데홈쇼핑만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보호하려 했던 납품업체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고, 상품을 구매하던 소비자들도 불편을 겪게 된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전체 시간의 65%를 중소기업 제품으로 편성했고, 560개(이 가운데 173개는 롯데홈쇼핑에만 입점) 중소기업이 판매를 진행 중이며 영업정지 관련 시간의 지난해 매출은 약 55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런 점을 감안, 미래부는 납품업체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재 시행까지 4개월 유예기간을 두었고, 해당 중소기업 제품을 다른 시간대와 데이터홈쇼핑(롯데원tv) 채널에 우선 편성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정부의 그러한 배려에 대해 감사해야 하는 것인지…. 피해 납품업체를 우선 편성할 때 경쟁업체들이 받을 불이익은 괜찮다는 것인지 오히려 씁쓸하다.

롯데홈쇼핑의 납품비리나 허위자료 제출은 마땅히 제재받을 일이지만, 위법 행위자에 대한 처벌이 엉뚱하게 제재를 통해 보호하고자 했던 사업자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행정부나 국회에서 법령을 만들면서 별 생각 없이 종전 법령이나 관련 법령들의 제재조항들을 옮겨적다 보니, 해당 업체나 관련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형사벌 조항이나 영업정지, 과징금 조항들이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과다하게 규정되는 경향이 있다. 기업들은 지뢰밭을 걷듯 사업을 해야 하고, 법을 다 지키려면 사업을 하는 것조차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어찌 보면 공무원들의 직무태만으로 정상적인 사업이 가능한 것이지 자칫하면 어지간한 동네가게 주인조차도 늘 영업정지를 받고 전과자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비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년 전 정부가 각종 경제활동에 대한 과도한 형사벌을 과태료 등으로 전환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한 적도 있지만 위법한 경제활동에 대한 제재의 경우에도 처벌의 정도, 경제적 효과에 대한 검토를 통해 제재수단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하는 연간 수천억원의 과징금도 그 재원을 피해자들인 중소기업이나 소비자들을 위해 활용하지 않으면 정작 보호대상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아울러 가용 채널 수가 거의 무한해진 디지털 시대에 미래부가 홈쇼핑 사업자의 사업계획을 평가해 허가하는 구시대적 규제를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시장이나 소비자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시장과 소비자에게 맡기자.

yisg@fnnews.com 이성구 fn소비자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