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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칼럼] 도시숲의 기적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5 17:11

수정 2016.06.05 17:11

[차관 칼럼] 도시숲의 기적

이런저런 업무들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여러 도시들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직업 특성상 어느 도시를 가든 가장 먼저 눈길이 가게 되는 것이 바로 나무와 숲이다. 입을 쩍 벌리게 하는 화려한 건물보다는 푸른 나무와 숲을 먼저 찾게 되고 그 나름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비단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나무와 숲이 어우러진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은 차이가 있다.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푸른 녹음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의 농도가 낮아지고, 스트레스가 사라지며 심리적 안정감을 찾게 된다.
그러나 콘크리트 건물을 마주하면 답답함과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사무실에만 있다 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굳어져 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 속 많은 사람이 주변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을 찾는다. 그런데 그곳에서 익숙하지만 아주 어색한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얼굴을 거의 가린 커다란 마스크. 더러는 두 눈만 빼꼼히 내놓은 채 얼굴 전체를 감싸기도 한다. 매캐한 연기와 역겨운 냄새가 진동하는 공장이 아닌 우리 공원과 학교 운동장에서 마주치는 모습들이다. 바로 미세먼지 때문이다.

최근 미세먼지로 전국이 들썩인다. 이런 와중에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환경성과지수 2016' 결과는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2012년과 2014년에는 전체 국가 중 우리나라 공기 질은 중상위권이었지만 이번에는 최하위권으로 발표됐다. 특히 세계 각국의 환경성과지수가 점수와 순위로 표시되다 보니 국민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말았다.

물론 우리나라 공기 질이 많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 경유차와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소, 늘어가는 공장들의 매연…. 환경개선과 관련한 범정부 종합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거리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바람이 선선한 저녁에도 많은 사람이 집 밖으로 나오질 않는다. 나날이 증가하는 미세먼지 등으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매일 미세먼지 농도를 뉴스로 체크하고 미세먼지가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꼭꼭 닫는 도심의 풍경은 황량하기만 하다. 이런 모습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얘기는 아니다.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어떻게 하면 공기 질을 개선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이런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은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것이다. 탄소를 흡수하고 맑은 공기를 내뿜기 때문이다. 먼저 도시 외곽의 산림지역을 잘 가꾸어 보전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와 더불어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바로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우리 도심에 녹색공간을 만들고 가꾸는 일이다.

각종 연구 결과에서도 밝혀졌듯 도시 숲의 기능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도시 숲은 나날이 뜨거워지는 도시의 열섬을 완화시켜 기온을 낮춰준다. 또한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미세먼지를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잘 만들고 가꾼 도시 숲은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 제대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도시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마을!'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곳을 표현할 때 자주 썼던 표현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이런 표현을 듣기가 참 힘들다. 바쁜 일상 속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시골로 자주 떠날 순 없다.
그 대신 우리 생활공간에 나무를 심고 가꾸어 푸른 녹음과 생활할 순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선물하고 싶은가.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꼭꼭 닫고 마스크를 쓴 채 다니는 모습인가, 아니면 상쾌한 도시 숲의 공기를 마시며 맘껏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인가. 숲을 만들고 가꾸는 데 우리가 다 같이 노력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도시 속 자투리 땅에라도 나무를 심어보자. 그 작은 노력이 작은 기적을 만들고, 그러한 기적들이 모여 아름답고 상쾌한 도시를 재탄생시킨다.

신원섭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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