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순의 느린 걸음]

공정위에 진짜 궁금한 것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생각이 짧고, 세상 이치에 어둡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안도 나는 이해하지 못하고 골머리를 썩일 때가 많다. 당사자가 또박또박 설명해주는 것을 듣고, 꼬리를 무는 질문을 두번 세번 하고서야 겨우 이해하고 기사를 쓸 수 있었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일 때 취재원들을 당황시킨 일도 가끔 있다. "제가 진짜 몰라서 묻는 건데요…"로 질문을 시작하면 보통 그렇다.

요사이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생겼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자들에게 설명한 내용 때문이다. 현장에 있지 못했으니 직접 물어볼 수는 없고, 여러 기사들을 뒤져보고 현장에 있었다는 기자들에게 물어봐도 딱히 궁금증이 안 가신다.

진짜 몰라서 묻는 거다.

공정거래위원장이 "아직 (법에서 정한 심사기간인) 120일을 넘지 않았다"며 "과거 유선방송사업자 간 기업결합 사례를 보면 1년 이상 걸린 경우도 몇 차례 있었고, 일부 건은 최장 2년 반 걸린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한 대목이다. 공정위는 법에서 정해준 심사기일 120일을 모두 채워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지침이 있는 걸까.

내 짧은 소견으로는 보통 법으로 정하는 정부의 업무기한은 그 기한이 차기 전에 민원인의 민원을 히결해주라는 의미다. 그 기한을 넘기면 안 된다는 말이지 기한 안에 결정하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닌데….

또 120일이란 계산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공개되는 심사 시계는 없는 건가. 왜 정부가 하는 일인데 국민이나 기업은 궁금해하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 굳이 민원인의 신청서류를 오래 들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심사기간이 길면 신중한 심사라고 인정받는 것일까. 공정위가 하는 일이 기업결합 장기간 심사의 신기록을 세우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내친김에 한 가지 더 궁금한 것을 말하자면, 정채찬 위원장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를 심사하면서 "방송의 공익성, 방송.통신산업의 정책적 측면 등 다양한 사항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내용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심사할 내용 아닌가. 내가 알기에 방송통신 분야 M&A는 일단 공정위가 유료방송시장과 통신시장의 경쟁제한성 여부를 심사해 의견을 제시하면, 미래부와 방통위가 방송통신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정책적 판단을 하는 것이 순서였다.
그동안에는 그랬다.

그런데 공정위가 그 모든 것을 심사하면 미래부와 방통위가 굳이 더 심사할 것이 있는가. 결국 같은 내용의 심사를 3개 부처가 중복해서 하는 것은 아닌가.

그 중복 심사기간에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지 못한다면 그에 따른 손해는 없는가.

내 짧은 식견으로는 기업결합 심사 주무기관 기관장의 설명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독자들이 속시원히 알 수 있는 기사를 만들 자신이 없다.

cafe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