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글로벌 IT 기업들 '어제의 적'과 동맹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8 18:17

수정 2016.06.08 18:17

"ICT 융합산업 빠르게 변하는데 '나홀로' 고집하다간 도태"
R&D·인재영입만으론 속도전 따라가기 힘들어 국내기업 M&A 적극 활용
글로벌 네트워크 넓혀야
글로벌 IT 기업들 '어제의 적'과 동맹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을 주도하는 공룡기업들이 공격적인 제휴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 시장을 두고 경쟁하던 경쟁자도 의미가 없고, 산업간 영역이 달라도 손을 잡는다.

인공지능(AI)과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 신기술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산업지형이 급변하면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파트너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들 글로벌 공룡들과 나란히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내 업체들도 자체 연구개발(R&D)은 물론이고 활발한 제휴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확산되고 있다.

■AWS에 맞서 IBM-시스코, MS-SAP '맞손'

8일 주요 외신 및 IT업계에 따르면 IBM과 시스코는 지난 2일(미국 현지시각) 각자의 최대 경쟁력인 AI '왓슨'과 IoT 운영기술 '포그 컴퓨팅'을 결합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포그 컴퓨팅(Fog Computing) 이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클라우드 데이터 서버에 저장하고 있고, 데이터 발생 지점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네트워크 관리 기술이다.


IBM은 시스코의 포그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서로 멀리 떨어진 IoT 기기에서 수집된 정보를 왓슨의 실시간 데이터 분석력에 결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통해 IoT 센서에서 수집되는 전세계 모든 데이터를 왓슨이 중요도에 따라 분류해 클라우드 전송 비용과 시간을 줄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저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데이터 수집, 저장, 분석 기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제휴는 클라우드 분야의 절대 강자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IoT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맞불작전으로 풀이된다.

MS 역시 AWS를 맹추격하기 위해 SAP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했다.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를 SAP의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및 관리 서비스인 'SAP HANA'에 접목시킬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애저의 보안 관리 기능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AP는 인텔, 애플과도 각각 IoT와 모바일 앱 개발 분야에서 기술 제휴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삼성, LG..VR 등 차세대 플랫폼 경쟁력 강화 총력

자율주행차와 관련 통신망, 스마트홈 분야에서도 업체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특히 가상현실(VR) 등 차세대 플랫폼에서는 콘텐츠 확보가 생명이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제휴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기술 제휴에 적극 나선 상태다. 과거 MS와의 클라우드 및 보안 플랫폼 상생 전략에 이어 최근 페이스북 자회사인 오큘러스와 '기어 VR'을 개발한 것. 삼성전자는 VR 콘텐츠를 만들고 즐길 수 있는 기기를 만들어 보급하고, 페이스북은 VR 콘텐츠가 확산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맞서 LG는 구글과 협력해 'LG 360캠'으로 구글의 지도서비스 '스트리트뷰'를 지원할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IT 산업 지형에서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돼 동맹 플랫폼을 구축하는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개별 기업의 자체 R&D나 인재 영입만으로는 산업지형 변화의 급물살을 헤쳐나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외국계 소프트웨어 업체 관계자는 "ICT 융합산업은 속도전이기 때문에 특정 연합군에 속하지 못하면 그대로 도태된다는 것을 글로벌 기업들의 활발한 제휴경쟁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활발한 제휴와 M&A를 통해 변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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