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공장 되돌리는 아디다스, 로봇기술로 제조업 패러다임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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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스포츠용품업체 독일 아디다스가 생산비 절감을 위해 신흥시장 공장을 확장하던 전례를 깨고 고향 독일에서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신흥시장 인건비가 갈수록 높아지는데다 로봇기술의 발전으로 해외에서 만드는 것 보다 자국에서 만드는 것이 비용 및 유통면에서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아디다스가 독일 바이에른주 안스바흐에 최첨단 자동화 공장을 짓고 6개월간의 시범운영 뒤 2017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아디다스는 비슷한 공장을 미국에도 건설하고 향후 3~5년간 선진국 공장에서 약 100만 켤레의 신발을 만들 계획이다.

FT는 과거 30여 년간 아디다스를 포함한 많은 서방 기업들이 자국의 공장을 신흥시장으로 옮기는 데 주력했다며 이 같은 추세가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반면 선진국의 인건비 부담은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헤르베르트 하이너 아디다스 최고경영자(CEO)는 "내가 아디다스에 입사한 1987년에 독일에 있는 공장들을 폐쇄하고 중국으로 옮기는 것이 막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공장이 돌아오고 있는데 신기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디다스는 인건비 절감 목적으로 독일에 있던 공장들을 중국 및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지난해 기준 아시아 공장에서 생산된 신발은 연간 3억100만켤레에 달한다. 같은 해 아디다스그룹의 영업이익율은 6.5%로 경쟁사인 나이키(13.9%)에 크게 못 미쳤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디다스의 행보가 스포츠용품 뿐만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 혁신을 가져온다고 기대하고 있다. 아디다스가 '스피드공장'이라고 이름붙인 안스바흐 공장은 4600㎡크기에 직원은 160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스피드공장의 로봇들은 5시간 만에 운동화 1켤레를 만들 수 있다. 복잡한 유통망으로 얽혀있는 아시아 지역 공장에서는 같은 작업에 최소 몇 주가 걸린다.

독일 은행 도이체방크의 데이비드 와이너 애널리스트는 제조과정에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스포츠용품 업체들이 "생산자동화와 현지생산이라는 개념을 결합시키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제품을 최종소비지에서 만들면 불필요한 유통과정을 없앨 수 있다. 또한 미국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로봇이 2025년까지 다수 산업에서 생산성을 최대 30% 향상하고 노동비용을 18% 낮출 것이라고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나이키나 언더아머 같은 경쟁업체들도 아디다스 같은 결정을 서두를 수 있다고 봤다.

한편 FT는 자동화 및 현지생산이 비용절감을 비롯해 마케팅에서도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의 홈마 아야코 애널리스트는 "현재 소비자들은 새롭고 트렌디한 제품을 매우 원하므로 업체들은 배송 속도를 높일 필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품을 핵심 소비 시장에서 생산하는 것은 분명 적기에 제품을 배송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이너 CEO는 앞으로는 아마도 하루 만에 고객의 주문에 따른 맞춤형 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며 생산과 수요의 간격이 줄어든다고 예상했다. 현재 아디다스가 신상품을 개발해 출시하기까지 보통 18개월이 걸린다. 그는 "자동차 산업에서 로봇을 활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시작 단계"라면서도 "기차는 이미 역을 출발했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