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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기업 규제 자체를 없애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9 16:50

수정 2016.06.09 17:54

지정기준 올린 건 바람직.. 장기적으로 족쇄 풀어야
오는 9월부터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이 자산총액 5조원에서 10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된다. 공기업이 빠지면서 대기업집단 수는 현행 65개에서 28개로 대폭 줄어든다. 다만 부(富)의 부당한 이전을 막기 위한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와 공시의무 대상 기준은 현행 5조원 이상이 유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이번 개선안은 재계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건전한 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지정기준을 올리고 3년마다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개선안은 지난 4월 초 공정위가 카카오.셀트리온 등을 대기업집단으로 새로 지정한 뒤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2개월 만에 나왔다.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도 거치지 않아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이 "낡은 제도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힘을 보태지 않았으면 어찌될지 모를 일이었다. 미래 경제.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지금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은 온·오프라인 융복합이다. 알파고로 대변되는 4차산업 혁명이 눈앞에 있다. 알리바바,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기업이 신산업의 주축이다. 노키아.소니 등 시대 흐름을 못 읽은 기업은 몰락했다. 오프라인 시대의 규제를 모바일 세상에 적용한다면 부작용은 당연하다. 낡은 옷은 빨리 벗어던지고 새옷을 준비해야 한다.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현행 방식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 인식이 필요하다. "대기업집단으로 편입되지 않으려 하는 '피터팬증후군'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말처럼 대기업이 되자마자 38개에 이르는 규제의 덫에 갇히는데 어느 기업이 애써 성장하려 하겠는가. 시장경제의 핵심은 기업끼리 경쟁하게 하고 정부는 시장에서 빠져주는 것이다. 경제력 집중을 막겠다면 사전 규제는 최소화하면서 경제력 남용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대기업집단 규제의 전반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도 우려된다.
임기를 막 시작한 20대 국회가 기업 규제법안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규제는 만드는 것보다 없애기가 더 어렵다.
이번 개선안이 나오는 데만 8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