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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관광산업 망치는 '싸구려 관광'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10 17:23

수정 2016.06.10 17:23

[여의도에서] 관광산업 망치는 '싸구려 관광'

먼 거리 이동, 질 낮은 식사, 무리한 쇼핑 강요. 저가 패키지 관광을 한번이라도 경험했다면 누구라도 여행 과정에서 불쾌감을 가져봤을 것이다.

이 같은 불쾌감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한국 관광객뿐 아니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똑같은 심정일 듯싶다. 특히 국내를 찾아온 유커(중국인 관광객)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아 보인다.

국내 관광업계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관광지의 '큰손'으로 급부상한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매년 큰 폭으로 증가세를 보이던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감소했다.

예상치 못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주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중국 전담여행사들이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쇼핑만 강요하는 '싸구려 관광'을 일삼는 등 근본적인 문제가 내면에 깔려 있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저가 단체관광 위주로 상품을 구성하다 보면 음식 및 숙박시설의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관광 프로그램도 부실한 경우가 적지 않다. 저가 단체관광의 경우 일정액의 '리베이트'를 가이드에게 제공하는 비용 등을 제외하면 관광객들이 실제로 먹고 자는 비용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저가 패키지 상품을 통해 한국을 찾아온 중국인 관광객들은 1박에 2만원에 불과한 여인숙에서 자고 한 끼에 3000원도 안되는 식사를 제공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질 낮은 식당과 숙박시설을 이용한 중국인 관광객의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저가 단체관광 상품을 제공한 여행사는 한국의 특색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관광지를 소개하기보다는 중국인 관광객만을 전문으로 상대하는 특정된 상점으로 유도한다. 이런 상점은 가이드에게 미리 제공한 리베이트 등이 상품의 판매가격에 반영돼 있어 내국인 대상 상점보다는 상품가격이 높게 책정된 경우가 일반적이다. 서울시내의 면세점도 한두 곳 들르면 저가 단체관광은 결국 관광이라는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쇼핑에 더 큰 무게를 두게 된다. 이 같은 행태는 '관광 한국'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지난달 발표된 '2015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의 전반적 만족도가 2014년 94.8%에서 지난해 94.1%로 0.7%포인트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 분야에선 단체관광객 만족도(79.1%)가 개별관광객(87.8%)에 비해 8.7%포인트나 낮아 조사대상 항목 중 가장 큰 폭의 격차를 보였다. 또 숙박이나 쇼핑도 단체관광객의 만족도가 개별관광객에 비해 각각 4.1%포인트, 2.2%포인트 떨어지는 등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부처와 함께 합동대응팀을 꾸려 중국 전담여행사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섰다. 또 오는 8월 한.중.일 관광장관회의에서 '한.중 양국 관광품질 제고를 위한 공동 관리.감독 협약'을 체결해 두 나라가 함께 단체관광시장 질서를 개선해나간다는 계획도 세웠다

저가 단체관광은 중국 전담여행사 입장에서는 당장에 이익이 나겠지만 결국엔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된 요소가 되고 있다.
국내 관광시장은 국가 이미지뿐 아니라 국익에도 직결되므로 범정부 차원의 집중 단속과 함께 관광업계 스스로가 자율적인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yccho@fnnews.com 조용철 문화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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